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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빙 Jan 02. 2024

[사색] 인생노잼시기

삶이 재미없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


인생에서 뭘 해도 재미없는 시기가 있다. 그런 시기를 우리는 소위 인생 노잼시기라고 칭한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인생노잼시기가 사람들이 소위 칭하는 것과는 다를지 몰라도, 내게도 종종 그 시기가 찾아온다. 불현듯 찾아온다. 지루함이 쌓이다 찾아오기도 하고, 갑자기 즐거운 일이 생기면 그 반동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냥 뭘 해도 재미가 없다. 아무리 평소에 좋아했던 일이더라도 그 시기만큼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한동안 나는 인생 노잼시기가 자주 찾아왔고, 그럴 때면 해결방법을 찾지 못해 무력해지곤 했다.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나아지기도 했으나, 그 시간만큼은 괴롭고 삶의 의미가 느껴지지 않아 절망적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찾은 나름대로의 인생 노잼시기 극복 방법이 있다.


우선 모든 자극을 꺼버리고 온전히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느낀 바로는 인생 노잼시기는 자극이 없을 때 찾아오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자극이 주어질 때 오기도 한다. 그러니 모든 자극을 꺼버린다. 그리고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것은 명상이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의 괴로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상하게 몸이 어딘가 아프기도 하고, 내 미간은 지푸러져 있고, 주변의 소음이 자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된다. 운동까지 되지 않더라도 된다. 그저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하는 일도 도움이 된다. 이것은 나의 방법이기도 하지만, 우울감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방법이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실제로 효과를 본 방법이기도 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순간 내가 왜 우울했는지 망각하기도 한다. 또 좋은 방법은 방청소를 하는 것이다. 방이 어질러져 있다는 것은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게 스트레스를 준다. 방청소를 하는 것은 스트레스의 원인을 없앰과 동시에 몸을 움직이는 행위로 상당히 도움이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어릴 때 좋아했던 것을 다시 찾아보는 것이다. 인생노잼시기가 찾아온다면 높은 확률로 최근에 내가 좋아했던 일들이 재미없게 느껴진다. 그러니 내가 최근에 좋아하는 것들을 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빈번히 느낀다. 그럴 때면 과거에 좋아했던 것들을 찾는다. 많은 경우 노래들, 아니면 어릴 적 재밌게 보았던 만화, 이런 내 마음을 포근하게 해 주는 것들을 찾는다. 이 방법은 종종 효과가 있고 종종 효과가 없다. 그럼에도 효과가 있을 때가 분명 있기 때문에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해 놓는다. 내가 무언가를 좋아했구나를 다시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삶의 의욕을 얻기도 하니까.


내가 제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정신과를 가는 것이 있다. 나는 사람의 정신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에 단지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적는 바이지만, 어쩌면 우리는 인생노잼시기라는 이름을 쓴 우울증을 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뭘 해도 재미가 없고,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고. 어찌 생각해 보면 그것은 우울증의 시작일수도 있다. 정신과를 수개월 다닌 나로서 정신과 가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 친해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노잼시기가 찾아올 때마다 점점 나만의 극복 방법을 찾아나간다. 그것은 경험이 되고, 나에 대한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마치 공략집처럼, 모든 게 재미없을 때는 A행동을 하고 그러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을 알게 되니 벗어나기가 쉬워진다.


어쩌면 이 시기는 누군가에게는 쉼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누구이든지 간에 아직 세상에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즐겁고 아름다운 일들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나에게도 말이다. 이 이야기가 나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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