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읽히지 않는다. 그렇게 된지는 한 반년쯤 되었다.
글을 쓰지 않은 일 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꽤 자주 자살을 생각했고,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나날을 보내며 하루하루 갉아먹히는 기분을 느꼈다.
우울한데 병원에 가지 않았다.
사실 가지 못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병원에 갈 용기도 없는데 병원까지 갈 힘도 나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책도, 논문도, 글도 읽을 수 없었다.
같은 문단을 계속해서 읽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 어려운 내용도 아닌데 머릿속에 도무지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망가졌음을 그렇게 느꼈다. 더 우울해지는 나날들.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공부였는데 이제 공부도 못한다는 생각이 나를 바닥까지 끌고 가 처박았다.
글을 쓰려고 했는데 단 한 줄도 쓸 수가 없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그렇게 브런치를 켰다가 다시 끄기를 수개월.
잘 못 지내는 삶을 끝내고, 편안해지는 길을 택했다. 지긋지긋했던 타지 생활도 끝이 났다.
가족과 함께한 지 두 달.
이제야 짧은 글을 남긴다.
다시 글을 쓰자. 글을 쓰고, 조금씩 책을 읽자.
괜찮아. 다시 하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