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영 Jul 14. 2020

엄마 이야기

2016년, 한 교양 과목 과제였던 나의 가족 이야기.

부모님, 조부모님의 삶을 기록하는 것이 과제였다. 과제는 제출하면 만점이었다. 교수님은 본인이 감히 한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전략)


어머니께서는 더 이상 참지 않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억지를 부려 트집을 잡으면 예전에는 참으셨던 분이 이제는 반박도 하시고 화도 내십니다. 20년 가까이 참고 사셨으니 이제라도 참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다행입니다. 어릴 적부터 늘 엄마가 구박받고 참는 모습만 봤었는데 이제라도 어머니는 당신의 주체적인 삶을 찾아가시는 것 같습니다. 

    

종종 어머니가 저랑 여동생들에게 “너희는 너희가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아라. 배우고 싶은 것 배우고, 하고 싶은 말 다 하며 살아라.” 하십니다. 어머니께서는 20대를 저희를 키우는데 보내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는 하시지만 분명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으실 것 같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놀고 싶은 것 참고 배우고 싶은 것 참으며 집에서 저희만 키우셨으니까요. 좀 숨 돌릴만하니 막냇동생이 태어나 본인의 삶을 너무 자식들에게만 쏟으신 것 같아 때로는 죄송하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생각하지 말라고 너희가 잘돼서 엄마 몫만큼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라. 하십니다.


제가 어머니였다면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요.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누군가를 위해 온전히 쏟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니까요.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어머니의 고된 삶과 저희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분의 일생을 기억하며 그 삶이 헛되지 않게 열심히 사는 것이겠지요.

오늘도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엄마 생각에 울며 쓰다가 잠들고, 또 일어나서 쓰다가 울기를 반복했던 가장 힘들었던 글쓰기 과제.

삶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묵혀둔 폴더에서 찾아 읽는 우리 엄마 이야기.


당신의 청춘과 맞바꾼 삶인데. 너무 잘 못 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