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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 Jul 04. 2022

이렇게 엉망인 이사는 처음이라

나, 잘 살 수 있겠지?

참 독특한 회사에서 제안이 왔다. 거의 2주 동안 사람인에서 내 이력서를 들여다보다가 면접을 제안했는데 면접 때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규모도 꽤 있고, 서울이 아니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연고없는 평택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회사 근처의 소형 아파트는 매물이 없었다. 선택지가 없으니 집을 볼 필요도 없네 생각하고 그냥 계약을 해버렸다. 이게 화근이었다.

금요일 이사 당일, 인테리어 후에 전혀 청소되지 않은 집 상태를 보고 할말을 잃었다. 입주청소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적어도 걸레질 한두번 청소로 해결될 수준의 집을 생각했는데, 이건 뭐 입주청소가 와서도 돈을 더 달라고 할 판이었다. 집주인이랑 전화로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하고 입주청소 비용을 받는걸로 합의를 봤다. 이사할 수가 없으니 짐만 놔두고 다시 부모님 차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급하게 찾은 입주청소라 제일 빠른 날짜가 월요일이었다. 월요일에 출근은 해야하니 전날 미리 회사 근처 모텔에서 잠을 자고 첫출근을 했다. 새 회사에서의 출발인 날이었는데 두근거림보다는 스트레스가 컸다. 청소는 잘 끝났을지, 가구배송이랑 가전배송 일정도 다 다시 잡아야하는데... 하는 생각들이 맴돌았다.

집에 돌아가니 어수선하게 놓여있는 짐들이 맞이해줬다. 왜인지 그걸보니 눈물이 나서 어린애도 아닌데 엉엉 소리내서 울었다.

울다가 씻으려고 보일러를 켜니 에러 코드가 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물탱크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영 못알아들었다. 결국 찬물로 씻고 다음날 보일러 기사님이 다녀가셨다. 또 집에 돌아가서 엉엉 울었다. 뭐 이렇게 엉망진창이야 정말. 이렇게 엉망인 이사도 없을거라며 괜히 평택에 왔다고 자책하며 울었다.


한가지 무서운 일은 이사한지 3일째되는 날에 일어났다. 침대 설치를 마치신 기사님께서 이상한 사람을 봤다는 것. 우리집 호수를 대면서 본인이 나랑 당근마켔을 하기로 했다며 우리집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단다.

미친 별 또라이를 다 본다. 처음엔 어이없었지만 점점 무서워졌다. 결국 그날 하루종일 일에 집중도 못하다가 캡스 설치를 예약했다. 캡스 상담사님이 언제 상담 되시나요 물어보시는데 무서우니 오늘 당장이라도 뵙고 계약한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퇴근시간이 훌쩍 넘어서도 와주셨다. 캡스 짱


여기서 잘 살 수 있겠지, 나


여러가지 일이 겹쳐서 몸이 계속 긴장해있는지 약을 먹고 얼마 안지나서 바로 잠들어 버렸다. 의도치않게 아침형 인간이 되어서 생활중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약간은 이 생활에 적응이 되었나보다. 제발 이제는 좋은 일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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