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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아 Apr 04. 2020

내가 진상고객일 줄이야

만삭의 하루8


무통 약효가 점점 떨어지며 다시금 살 떨리는 진통이 찾아왔다.

난 허리 디스크가 있던 터라, 임신 내내 출산이 매우 두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배에만 오던 진통이 점점 허리까지 동시에 오고 있었다.


평소 조금만 무리를 해도 기립근을 사정없이 눌러주는 마사지를 받지 않으면 숨이 턱턱 막혔다.

정말 힘든 일이다. 디스크 환자들은 알 것이다.

아무튼 그러한 허리 통증이 몇 배가 되어,

장이 꼬일 대로 꼬인 듯 한 배의 진통과 함께 온 것이다.


내가 정신이 없어 어디를 어떻게 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못한 탓일까.

허리가 아프다며 호소했더니 간호사분들이 책 몇 권을 쌓아 허리에 대주셨다.

난 기립근을 엄청나게 눌러주는게 필요한데..

그냥 갖다 대기만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계속 허리가 비틀리고 내 손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간호사 분들은 몸이 움직이지 않게, 내 손을 걷어내느라 고생이셨다.

정말.. 말 그대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출산 전에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후기에서 봤던 비명을 질렀네, 의사 선생님께 울고불고 매달렸네 등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인 얘기를 해도

평소 아프고, 힘든 것을 크게 내색하는 것이 유별나다고 생각해 오던 나는

내 얘기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좀 많이, 잘 참으면 되지 않을까 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었다.


고상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 착각의 순간


하지만, 무수히 봐왔던 그 후기들 못지않게,

유난에 유난을 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배가 너무 아파요 !

허리가 너무 아파요 !!

의사 선생님 왜 안오세요 !!!

무통주사 놔주세요 !!!!


간호사 분들을 얼마나 불러댔는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 몇 시간 진통 겪은게 억울해 차마 수술 얘기는 목구멍 까지만 나오더라


의사 선생님께선 진행상황이 나쁘지 않으니 무통주사는 더 이상 안 맞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셨지만,

(무통주사는 분만을 지체하는 데 한몫한다.)

들은 체 만 체, 내가 죽을 것만 같았으므로 계속 놔달라고 떼를 쓰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하는 수 없이 간호사분께 무통주사를 지시하시고 자리를 뜨셨다.


그러나, 계속 밀착케어 해 주시던 간호사분은 정말 맞으시겠냐며,

조금만 더 힘주면 정말 바로 낳을 수 있는데,

지금 무통주사를 놓으면 또 몇 시간이나 진통을 더 해야 한다고 설득하셨다.


진통을 더 겪어야 한다는 말에 그 순간 얼마나 갈등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진통이 길어지면 아이도 힘든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내가 언제부터 울고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 결정의 순간에 정말 대성통곡했던 것 같다.

아이가 힘든 것도 싫고, 내가 힘든 것도 싫고, 그냥 다 서러웠다.

  

의사 선생님도 포기했던 나를, 불굴의 의지로 설득 해 주신 간호사분 덕에

결국 무통주사를 더 이상 맞지 않았고,

얼마 되지 않아 본격적인 출산 준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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