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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Feb 02. 2023

'글값'논쟁, 그럼에도 페이스북?!

자발적 무보수 집필노동의 이유

1. ‘때아닌 글값 논쟁에, 내 ‘글값’은 과연 얼마일지 셈하게 되어 자괴감 들고 괴로워.’ 올해 내적인 목표 중 하나가 꾸준한 글쓰기이고, 나의 주된 매체는 페이스북과 브런치다. 다정한 페친들의 ‘좋아요’에 힘입어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고자 애쓰고 있다. 물론 페이스북이 수집하는 사회적 데이터에 자발적으로 무보수 집필노동을 제공하는 데서 오는 자괴감도 아주 없진 않다.


최근에 글 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페북에서 얼룩소로 이사 갔다는 소식은 특히나 조바심이 들었다. 기껏해야 ‘팔지도 못하는 글’을 무보수로 공들여 쓰는 행위처럼 느껴져서. 부자는 사회적 관계라고 했던가. 누군가 글 한편으로 몇백을 번다고 하니, 마치 나는 마이너스 몇백의 삶을 살게된 것처럼 일순간 가난해진 기분이었지.


2. 유튜브 영상 “100명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심플샘플)가 있다. 그중 한 명은 자신의 꿈으로 수줍게 전업작가라며, “글만 써도 돈을 벌 수 있으면 그게 뭐, 충분한 거 아닌가 허허허헣~~”하며 한참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짓는다. 이 말을 하는 사람의 말투와 진심이 너무나도 나와 같아서, 영상을 볼 때마다 함께 허탈하게 웃곤 했는데-


3. 이십대의 어느 날, 나는 돌연 다짐했다. 글쓰는 삶은 페이스북으로 만족하자고.


한때 나는 음악하며 글을 쓰는 이석원이 되고 싶었고, 주로는 정희진을 닮고 싶었고, 실비아 플라스를 추앙한 나머지 그녀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지만 글쓰는 삶은 아무래도 ‘이생망’ 같아서, 자조적으로나마 결심한 것이 ‘이번 생에서 내 지면은 페이스북으로 족하자’는 것이었다.


그후 지금은 누구나 쓰는 시대가 되었고, 이제 내 꿈은 출간작가가 아니라 '매일 쓰는 사람'이다. 현장을 가지거나 가까이하는 사람으로서, 나만이 들려줄 수 있는 나 포함- 어떤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전달자로서.


4. 과거에는 글을 쓰기 위해 삶을 살아내고 싶었다면, 지금은 글에서 그치지 않는 삶을 갈구한다. 아무렴 글은 어디까지나, 좋은 삶을 위한 도구라고, ‘애써’ 생각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에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알았다.”(기형도)


5.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다. 물론 전략적으로 내 글을 담아내는 매체는 유동적이겠으나, 당분간은 페이스북이 우선적. 어찌됐건 페이스북은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영감을 제공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위계와 장벽없이 이어주는, 여전히 고마운 플랫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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