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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un 13. 2024

한 여성의 비난받는 선택에 관한 변론

한 여성 연예인이 20대 초반의 나이에 (아마도) 원치 않은 임신으로 결혼을 한 후, 아이 셋을 낳고 키우다가, 막내가 다섯 살이 되는 해에 이혼을 함과 동시에 양육권을 가져가지 않았다. 내가 팔로잉하는 인스타 상의 연예인은 열 명이 채 안 되는데, 그중 한 명은 위에 언급한 일로 여전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여성 연예인이다. 싸구려 동정심일지도 모르지만 이혼 뒤 피드에 올라오는 그의 일상을 보면서 종종 응원하는 마음으로 하트를 날리곤 한다. 댓글에는 응원보다는 악플이 압도적으로 많다. 주로 ‘아이들 버리고 열심히 놀러다니냐’는 비난이다.


그런 류의 악플보다 진심으로 그가 걱정됐던 때가 있었는데 다름 아닌 방송국놈들의 농간 때문이었다. 여성의 배우자는 이혼 후 홀로 아이 셋을 키우는 일상을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공개했는데, 우려스러운 대목은 자녀 중 한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방송으로 노출시키는 부분이었다. 정말 잔인했던 점이, 큰 아이가 옷을 가지러 옷방에 갔다가 서랍 안에 있던 엄마와 찍은 사진을 우연히 보면서 홀로 눈시울 붉히는 장면이었다. 순간적으로 방송국놈들이 혹시나, 서랍에 그 사진을 의도적으로 배치해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스쳤다. 설령 그렇지 않았더라도, 이 장면을 내보내는 건 특히 그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엄마에게 지나치게  잔인한 일이 아닌가.


그녀는 결혼할 때도 욕을 많이 먹었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그룹을 ‘무책임하게’ 탈퇴했다는 비난이었다. 이혼할 때도 같은 비난, ‘아이 셋을 두고 이혼하다니 무책임하다.’ 그 여성이 인생의 중요한 길목에서 스스로 결정권을 행사할 때마다, 사람들은 ‘무책임하다’며 비난의 손가락질을 거두지 않았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두 번째 남편의 사망 사건으로 재회한 서래에게 해준은 말한다. “(남편이 모두 죽다니) 그것 참 공교롭네.” 그리고는 상대방에게, 당신이 나라면 어떻게 생각할 것 같냐고 도전적으로 묻는데 서래의 대답은 이렇다. “참… 불쌍한 여자네.”


나는 그 여성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인생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의 삶을 추구하는 여성의 행동이 지나치게 이기적인 선택으로 비난받는 현실에서, 보란 듯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종종 그의 게시물에 하트를 누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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