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말한 후 글쓰기
첫 수업을 앞두곤 누구나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할 땐 말만 잘해선 안 된다. 대부분 강사들은 수업 주제에 관해서는 전문가지만, 수업 스킬에 대해선 잘 모른다. 나 역시 강사 초보 시절엔 강의 내용만 공부했지, 전달하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는 걸 몰랐다. 회차를 거듭하면서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관심을 끄는 꿀팁을 장착하면서 수업이 원활해졌다. 스킬이 쌓이니 어떤 주제를 만나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강의를 잘한다는 건 말을 잘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클수록 수업이 잘 된다.
글쓰기 수업 준비
교실 분위기는 어떨까? 학생 수는 몇 명일까? 어떤 학생들이 있을까? 이런 기본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 던져졌다. 최악의 상황이다. 대부분의 수업은 잘 갖춰진 상태에서 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후 진행되기에 크게 걱정항 필요가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 대상으로 환경 강의 수업을 한지 벌써 8년째다. 담임 선생님의 지도 하에 아이들 모두가 수업을 들을 자세로 앉아 있어 수업만 잘하면 된다. 숲놀이도 마찬가지다. 숲은 마음이 열리는 공간이라 특별한 스킬이 없어도 날아다니는 벌만 봐도 신기하고 땅만 파도 재밌다. 하지만, 글쓰기 강의는 다르다.
의뢰받은 센터의 글쓰기 수업은 아이들이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요청한 것도 아니다. 센터에서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추가 진행하는 수업이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교실에 앉아 강제로 글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아이는 갑자기 목이 마르다며 물 마시고 오겠다고 하고, 방금 전 다녀왔는데도 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한다. 온갖 노하우를 쏟아내며 조금이라도 흥미를 갖도록 수업을 끌어가고 있는데, 학원 시간이라며 중간에 나가는 아이도 있다. 게다가 설명이 끝나고 조용히 글을 쓰던 중 학원 마치고 돌아와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난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초등학생 1학년 아이들 중 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몇 있다. "선생님 만타 어떻게 써요?" "선생님 조타 어떻게 써요?" " 선생님 저 글 몰라요. 안 쓸래요." "재미없어요. 밖에 나가고 싶어요."예상은 했지만, 시장통이 따로 없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글을 쓰게 독려하면서 열정을 쏟아내니 얼굴이 벌게지고,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이 각자의 타고난 천재성을 펼치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교육은 영원을 끄집어내는 과정이다.
-<영혼이 이끄는 삶> 중에서
방향을 바꿨다. 아이들의 천재성을 끌어내기 위한 장애물을 제거하기로 했다. 하나씩 하나씩
쓰기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
관찰해 보니 단어를 몰라 못 쓰는 아이들이 이외로 많았다. 초등 1학년~2학년이면 어느 정도 단어를 안 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어휘력이 부족해 쓰고 싶어도 쓰질 못했던 것이다. 표현할 재료가 부족하다. 주제 글쓰기를 하기 전, 생각을 키우는 어휘들을 던져줬다. 연못에 고기를 던져줬으니 몇몇은 낚아챌 것이다. 글쓰기가 익숙해질 때쯤엔 고기를 던져주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은 이미 바다에 도착했으니까.
또 하나의 장애물은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두려워하는 마음이 앞서는데,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 그렇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글을 쓰는 것. 백지를 채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우선 백지 공포를 없애야 한다. 종이에 글을 바로 쓰지 말기. 먼저 생각을 하고, 말로 표현해 본 후 글을 써보면 글쓰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1. 주제를 던지고 아이들과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 생각 글쓰기
2.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 말 글쓰기
3. 어떤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끝까지 쓴다. 맞춤법 오타 상관없다. 아무 내용이 없더라도 끝까지 글쓰기
수업 핵심 요약
1. 글쓰기 장애물을 찾자
2. 장애물 제거하자
3. 백지 공포증을 없애자
12주 글쓰기 수업
나도 초등 작가
나의 글을 쓰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