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는 때론 동시 같고, 때론 노랫말 같다. 단조롭게 반복되나 리듬이 있고 어리숙하고 가볍지만 묵직하다. 좋아하는 노래를 떠올리며 노래 만들기 또는 동시 짓기를 했다. 그림과 노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다. 꼬마 시인의 노래를 들으면 나도 시인이 된다.
(*아이들 글을 그대로 옮깁니다.
띄어쓰기, 맞춤법 틀렸어도 아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꽃들은 좋겠다
꽃들은좋겠다가만히있어도
여름이돼면비가와서밥을먹어
주니까새싹는싫겠다짝고눈에
뛰지않아서 사람들에게
많이밟바질수도있어서
신호등
너랑나랑만나기로했다
건널목에서 우리둘이
만주쳤다. 신호등에서 너가
손을 흔들 나도손을 흔들
너라나랑 신호중
숲속에는
나무가있다
새도있다
다람쥐도있다
내친구는
있을까?
아니,
내친구는
없다.
희망을 이를면 마음에
할수없어,라고 마음에씨앗
시, 서어저그래서
희망을이를면안돼
앞프로희망잃지막
약속!
비오는날
주룩주룩비
꽃잎에 매칠방울
이쁘게 반짝반짝
장하신고첨벙첨벙
우산 쓰면 소리가 뚝뚝뚝뚝
비가 그치면 무지개가 피있어
반짝반짝 무지개
숲속 친구들을 만났다
에는 다람쥐 또는 나무 철송모가
있었다. 그런데 내 친구는 없다.
너를 만난날
거기에 혼자있어 고양이
그 고양이는 아팠다
어떤 아저씨가 구해조다
그게 우리아빠여다
그레서지금도가치살고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시 몇 편을 찾아 읽어줬다. 똥 얘긴 못 참지! 먼저, 호기심을 가질만한 똥 시를 찾아 읽어줬다. 난리가 났다. 재밌어하니 한번 더 읽어주고, 이 시를 읽어주는 이유에 대해 알려줬다.
1. 주변에 흔한 소재 찾기!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변기를 보면서도 시를 지을 수 있지요.
2. 동시를 읽었는데 상상이 돼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이런 시가 잘 쓴 시예요.
3. 쏴아아..처럼 소리가 들리는 말 (의성어)을 넣으면 재미나요.
의성어: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말 "멍멍, 냥냥 등"
의태어 : 사물이나 사람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낸 말 "아장아장, 반짝반짝"
쏴아아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
쏴아아
냄새나는 똥 데리고
내려가면서도
신났다.
쏴아아.
"좋겠다"라는 동시를 소개해줬더니 한별이가 "꽃들은 좋겠다"라는 동시를 썼다. 여자 아이 몇몇이 비슷한 동시를 썼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뚝딱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놀랐다. <동시 짓기, 노래 만들기> 수업을 따로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번 글쓰기 수업을 통해 아이들 세계에 대해 한 걸음 들어간 것 같다. 아직도 모르는 거 투성이다. 알수록 신비로운 어린이라는 세계~
아이들이 쓴 동시에 나의 소감을 덧붙였다. 분석할수록 재밌고,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니 아이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감사했다.
좋겠다
꽃들은좋겠다가만히있어도
여름이돼면비가와서밥을먹어
주니까새싹는싫겠다짝고눈에
뛰지않아서 사람들에게
많이밟바질수도있어서
: 꽃들은 좋겠다. 가만히 있어도 여름이 되면 비가 와서 밥을 먹여주니까.
→ 비, 밥, 꽃, 좋겠다. 비를 밥으로 생각하고, 가만히 있어도 밥을 주니 좋겠다는 아이의 시적 언어.
새싹은 싫겠다. 작고 눈에 띄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밟힐수도 있어서.
→ 꽃과 새싹 / 좋겠다. 싫겠다. 시의 리듬이 대비되어 시의 리듬을 더함
신호등
너랑나랑만나기로했다
건널목에서 우리둘이
만주쳤다. 신호등에서 너가
손을 흔들 나도손을 흔들
너라나랑 신호중
→ 건널목에서 마주친 친구랑 손을 흔드는 모습이 상상되는 기분 좋은 시
숲속에는
나무가있다
새도있다
다람쥐도있다
내친구는
있을까?
아니,
내친구는
없다.
→ 숲 속에는 나무, 새, 다람쥐도 있는데, 내 친구는 없다. 관계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는 시다. 친구가 가장 중요할 시기라 아이들에게 친구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희망을 이를면
마음에 할수없어,라고
마음에씨앗시, 서어저그래서
희망을이를면안돼
앞프로희망잃지막
약속!
→ 희망을 잃으면 마음이 할 수 없어. 마음에 씨앗이 없어서 그래. 희망을 잃으면 안 돼. 앞으로 희망 잃지마. 약속. 아이들의 시엔 때론 해석이 필요하다.
비오는날
주룩주룩비
꽃잎에 매칠방울
이쁘게 반짝반짝
장하신고첨벙첨벙
우산 쓰면 소리가 뚝뚝뚝뚝
비가 그치면 무지개가 피있어
반짝반짝 무지개
→ 꽃잎에 맺힐 방울, 이 표현이 귀여워. 비오는날 장화 신고 나가 첨벙첨벙 놀고 싶은 시.
너를 만난날
거기에 혼자있어 고양이
그 고양이는 아팠다
어떤 아저씨가 구해조다
그게 우리아빠여다
그레서지금도가치살고있다
→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서 여러 번 읽었다. 아빠가 구조한 아픈 고양이를 입양했구나. 시가 말하는 바를 알아내고서 다시 보니 따뜻한 울림이 있는 시였다.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아이의 마음도 엿보인다.
내 친구는 없다
숲속 친구들을 만났다
에는 다람쥐 또는 나무 철송모가
있었다. 그런데 내 친구는 없다.
→ 이 시를 쓴 꼬마 시인을 꼭 안아주는 싶은 동시다.
수업이 끝날 무렵 <꿈꾸지 않으면> 노래를 들려줬다. 몇몇은 아는지 따라 부른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하네
아름다운 꿈 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린 알고 있네
우린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배움의 기쁨을 느끼고, 꿈꾸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아이들과 이 노래 부르며 마무리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벅참이 차올랐다.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을 성실하게, 그리고 열정을 다해 임할 것을 다짐했다.
수업 핵심 요약
1. 아이들에게 동시는 누워서 떡 먹기
2. 맞춤법, 띄어쓰기 틀려도 괜찮아.
3. 어린이라는 세계 알아가기
12주 글쓰기 수업
나도 초등 작가
쓱쓱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