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별들보다 많을 걸
내가 되고 싶은 꿈
저 별들보다 빛날 걸
내가 어른이 되면
되고 싶은 꿈
히말라야 탐험대 어때? 잘생겼으니까 배우를 할까?
아냐 아빠처럼 용감한 경찰이 될까?
이번주 글쓰기 주제는 꿈이다. 꿈 관련 영상을 찾다가 위키드 편을 발견했다. 두 아이 (송유진& 최명빈 양)가 "네 꿈은 몇 개야?" 노래를 부르는데, 가사도 좋고 춤도 귀여워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 선택했다. 역시 반응이 뜨거웠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동시에 질문이 쏟아졌다. "선생님 제네들 몇 살이에요?" 아이들은 그게 가장 궁금한가 보다. "초등 2학년. 너희들 또래지?" 대단한 발견을 했다는 듯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와 진짜 대단해!" 그리고는 영상 속 아이들의 노래를 평가하기 시작한다. '가사를 어떻게 외우냐, 나는 그렇게 외울 수 없다. 가사가 너무 길다. 하지만, 춤은 출 수 있다. 너는 노래를 잘하니 나가보라는 등' 수업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보따리가 풀어졌다.
관심을 가졌다. 미끼를 물었다. 이때다 싶어 생각할 질문을 던졌다.
내가 어른이 되면 되고 싶은 꿈은?
그 꿈을 꾸는 이유는?
평범한 질문이다.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수십 번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들을 질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어른이 되면 되고 싶은 꿈이란 질문은 위 노래에 나온 노랫말이다. 노랫말로 질문을 던지면 뻔한 질문이 새롭게 다가온다. 노래에서 흘러나온 다양한 직업이 떠오르고, 나의 노래를 만들고 싶어 진다. 탐험가, 배우, 경찰, 만화가, 회사원, 소방관, 모험가... 좋아. 멋진 꿈을 펼쳐봐. 내가 되고 싶은 꿈!
희망찬 내일이 펼쳐질 것 같고. 노래 가사처럼 꿈을 이룰 것 같다. 이것이 노래가 주는 힘이다. 아이들 수업에 책을 읽고 관련 노래를 들려주면, 상상의 폭이 넓어진다. 리듬에 따라 들썩들썩 어깨춤을 추다가 자연스레 종이 위 연필도 춤추게 한다.
내가 되고 싶은 꿈에 대한 글을 다 썼다고 생각할 때즈음, 다른 노래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상한 질문을 던질 차례다! 안예은의 <문어의 꿈> 노래를 틀어주자마자 교실이 떠나갈 듯 따라 부른다. 아~~ 아~~~ 아~~~ 부분에서는 괴성을 지른다. 흥분이 가라앉질 않아 한 번 더! 들려줬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노래를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글쓰기 선생님이 말고 노래 선생님할 걸 그랬어요!" 속마음을 내뱉었다.
문어의 꿈 노래를 들은 후,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아이들은 당황해서 연필을 들지 못했다. 삼삼오오 모둠형식으로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여러 차례 설명을 해줬다. 제발 엉뚱한 답이 나오길 기대하며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 질문이 낯설었는지 아이들은 계속 질문했다. "선생님 진짜 문어가 된다면 하고 상상해서 쓰는 거예요?"
"네~ 내가 바닷속을 헤엄치는 문어라면, 어떤 꿈을 꾸고 싶나요? 여러분이 이렇게 이상하고 신기하고 재밌는 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글을 써봅시다. 이상하고 신기하고 생각나는 대로 쓱쓱 쓰는 글쓰기요."
(*아이들 글을 그대로 옮깁니다.
띄어쓰기, 맞춤법 틀렸어도 아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멋진 문어가 되고십어요.
알록달록 무지개문어
어떤 동물이든 될 수 있는 마법의 매직문어
똑똑한 문어, 색종이자라는 문어
파란색문어 이유는 수영을 잘하고 싶어서
줄무늬문어
타코야키
문어라면 맛있겠다. 문어되기싫어. 사람으로사는개좋아
헤엄치고싶어요 그 까닭은? 여행을 잘가지못하기때문에, 수영을하고싶기때문에
"타코야키"라는 답은 신선했다. 어떤 문어가 되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에 대부분 파란 문어, 무지개문어, 줄무늬 문어라고 썼는데 타코야끼라는 답은 예상밖의 글이었다. 또한 문어되기싫다. 어떤 동물이든 될수있는마법의매직문어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이상한 질문을 던지는 이상한 글쓰기 선생님. 엉뚱한 생각을 하면 좋아하고, 미운 글 (싫어요. 미워요. 안 할래요 등등)을 쓰면 재밌다고 하는 나의 표현방식이 당황스럽다는 눈치다. 아이들 글이 팔딱이길 기대했으나 미세한 흔들림에도 놀라는 수족관 속 금붕어에 머물러 있다. 믿음이 필요하다. 진짜 마음속 이야기를 써도 비웃지 않을 사람인지, 솔직하게 써도 혼나지 않을 사람인지에 대한 믿음이 굳건해야 진실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용기를 내 살짝 보였다가도 어른들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다시 넣는다. '어른들에겐 솔직하면 안 돼, 그냥 어른들이 원하는 얘길 하는 게 편해.' 라며 소라를 쓴 게처럼 속마음을 쏙 감춘다. 글쓰기의 즐거움, 글쓰기의 치유, 몰입이 주는 행복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 그때까진 부족하거나, 미운 글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꺼낸 것만으로도, 소라를 벗은 것만으로도 '잘했다. 이렇게 하는 거다.'라고 끌고 가봐야겠다.
내가 되고 싶은 꿈이 정말 저 별들보다 많을까..
별들보다 빛날까?
내 꿈도 그랬으면 좋겠다.
수업 핵심 요약
1. 노래를 부르면 연필이 춤춘다
2. 진실하게 쓴 글을 원한다면 진심으로 믿어주기
3. 별들보다 빛날 아이들의 꿈을 응원해
12주 글쓰기 수업
나도 초등 작가
쓱쓱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