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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속애플 Jul 20. 2024

아이를 쓰게 하는 힘, 이상한 질문 던지기

나도 초등 작가

이상한 질문을 던진다. 미끼를 물 것인가? 간만 보고 가는 녀석도 있고, 살짝 물다 만 아이도 있지만, 가끔 덥석 무는 아이들도 있으니 우선 던진다. 초등 저학년 글쓰기 수업 3주 차. 마침 어버이날이라 부모님에 관한 글쓰기를 주제로 잡았다. 아이들이 예상하는 질문을 한 두 가지 던지고, 이상한 질문 하나씩 던진다. 바로 그 질문에서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다. 이번 수업에 이상한 질문 "엄마 아빠가 내 아이라면 어떻게 해줄까요?". 아이들이 뭐라 썼을지 궁금해서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수업 첫날엔 준비한 내용을 전달하기도 벅찼는데, 이제 여유가 생겼는지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아이들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




어버이 글쓰기를 기획하면서 어떤 그림책이 좋을까? 고심했다. 이런 주제에 관한 그림책은 종류가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엄마>, <우리 아빠>도 소개하고 싶었지만, 최종 선택한 책은 로버트 먼치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다. 만나는 아이들이 그림책을 자주 접했다면 최신작이나, 개성 있는 그림책을 찾았을 텐데, 수업을 해보니 그림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 같아 스테디셀러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그림책은 아이 어릴 때부터 수차례 읽어준 책이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네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위 글귀에 멜로디를 붙여 딸에게 자주 불러줬다. 아이들에게도 이 노래를 불러줬다. 일상에서 힘들고 지쳤을 때, 무기력에 빠졌을 때, 희미하게 나를 사랑한다는 노랫말이 머릿속에 맴돌아 흥얼거릴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희박한 희망이지만 소망을 품어본다.




주제: 어버이날 글쓰기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드나요?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글로 표현해요.

엄마, 아빠가 내 아이라면, 어떻게 해줄까요?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



부모님을 생각하면 드는 마음은 대부분 '사랑해요. 감사한 마음, 기쁘고 좋은 마음'이었다. 사랑표현을 잘하는 한별이는 고맙고 즐겁고 기쁜고 보고싶은마음이라고 썼다. 아이 글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음이 느껴진다. 개성 있는 글엔 시선이 가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글이 있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드나요?

엄마 나혼내지마

엄마 아빠가 내 아이라면 어떻게 해줄까요?

안혼낸다


'혹시 어제 혼날일이 있었나? 요즘 자주 혼났나?' 아이에게 다가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자고 말하고 싶었다. 마음이 앞섰지만, 진정시켰다.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마흔 개의 동그란 눈을 뜨고 나만 바라보는 교실에서 한 아이의 이야기만 들을 수 있는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남은 기간 동안 이 아이의 글에 조금 더 집중했다. '엄마 나 혼내지 마'이 글이 그렇게 관심을 끄는 글이었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예상되는 답을 읽을 땐 초록 풀숲 같았는데, 이 글을 읽었을 땐 수많은 풀들 중 딱 한 송이 핀 노란 민들레 같았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좋아요. 기뻐요. 감사해요라는 어디서나 보는 글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초록 풀 중 하나다. 하지만, 어떤 글은 모양이 어떠하든 튀는 꽃이 있는데 바로 자기 개성이 드러난 글이다.




개성이 드러난 글을 쓰기 위해선, 이상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만약,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드나요?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글로 표현해요.' 라는 주제 글쓰기를 한다면 대체적으로 예상되는 글로 가득할 것이다. '좋아요. 사랑해요. 기뻐요. 왜냐면....'  이런 글쓰기로 손근육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건 학교에서 배울 테니 내가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에선 누구나 쓰는 '초록 글'이 아닌 자기만 쓸 수 있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민들레 글'이 좋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상한 질문, "엄마 아빠가 내 아이라면 어떻게 해줄까요?"


쓴 글을 발표하는 시간이 들썩들썩했다. 엄마가 내 아이라면, '분유주기'  '재워주기' '낮잠자거씻기기.' '엄마 아빠가 내 아이가 된다면 매일매일 안아줄거에요.' 와 같이 의식주 해결이나 보호의 글이 대부분이었고, '사주고 싶은 거 다사줄거에요. ''남한산성 가치놀러갈거예요.' '아무것도 안하게할거다요' 등 자신이 원하는 것을 투영한 글도 있었다.


그중 인상적인 글은 부모님이 대해준 것처럼 하겠습니다.라는 재이의 글이었다. 음.. 제가 어렸을 때 밤에 자주 깨서 울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부모님은 잠을 못 자셨습니다.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은 오늘 조금 놀고 싶어서 놀이터에서 5분 놀았어. 제발 용서해죠.


요즘 아이들은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 놀이터에서 5분 노는 것도 용서를 받아야 한다. 아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가정이 보이고 부모가 보인다. 아이들의 글은 투명하다.



많이 커라, 우유도 주고, 잠도 많이 자도, 너는 항상 사랑받을 거야. 시온이

잘 자라라. 같이 누워서 안아줘요. 안넝  로준


행복하고 재미있고 매일매일 기쁘게해주기

하루하루가 행복하기

스트레스 받지않도록 사랑해주다.

차율



내 아이는 어떤 말을 할까? 엄마 아빠가 네 아이라면 어떻게 해주고 싶어?



수업 핵심 요약

1. 이상한 질문 던지기

2. 자기만의 글쓰기

3. 아이들의 글은 투명하다.



12주 글쓰기 수업

나도 초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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