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속애플 Jul 19. 2024

'지금 네 기분은 어떤 색이니?' 감정 글쓰기

나도 초등 작가

'지금 네 기분은 어떤 색깔이니?'

기분 좋은 그림책을 펼쳤다. 최숙희 작가님의 그림 속 아이를 보면 웃음이 난다. '좋아하는 색과 감정을 연결한 글쓰기 수업'을 기획했다.


생각하면 기분 좋아지는 색?

내가 좋아하는 색? 그 색이 좋은 이유?

요즘 자주 들었던 내 기분

감정 생각하기

그 기분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그 이유는?


첫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 모두 다른 색의 옷을 입었네요. 하준이는 파란색. 하온이는 줄무늬, 리아는 핑크색 옷을 입었네. 선생님은 무슨 색 옷을 입었나요?"

아이들과 아직 교감이 형성되지 않았을 땐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하면 좋다. 쉬운 질문이면서도 자신과 관계있는 것. 바로 자신의 몸이다. 어떤 옷을 입었나요?라고 말하면 자신의 옷을 쳐다본다. 그리고 옆에 앉은 아이 본다. 의식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자신과 이 공간 의식하면 관심이 생긴다. 공간에 자리잡은 공기의 흐름을 바꾸면서 강사에게 집중하게 만들면  아이들은 호기심이 생긴다. "선생님으는 어떤 옷을 입었지?"라고 질문하면서 내게 시선을 옮기게 하면 수업이  순조롭게 시작된다. 강사가 이끄는대로 따라온다.



"선생님 초록색 공룡 티를 입었어요." 승우가 큰소리로 발표했다. 승우는 글쓰기는 싫지만 말하기는 좋아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승우는 글쓰기 시간이 너무 싫고 지겹고 자꾸 나가고만 싶은데 억지로 앉아 있어야 해서 센터 선생님께 자주 불려 가 혼난다. 외부 강사의 입장에선 좀 떠들어도, 자세가 불량해도, 자유롭게 발언해도 괜찮다고 생각되지만, 이 공간의 규칙이 있고 외부 강사가 갔을 때도 이곳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규칙 안에서 생활해야 하므로 혼나도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살짝 오기가 생겼다. 승우가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좋아할까? 승우의 관심사를 찾았다. 승우는 몸으로 노는 걸 좋아하는데 글쓰기 수업을 축구수업으로 만들 순 없으니 그건 어렵고, 승우를 관찰해 보니 말하기를 좋아했다. 승우의 글을 칭찬하고, 승우가 어떻게 이런 글을 쓰게 됐고 이런 생각이 떠오른 이유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더니 승우가 살짝 놀라는 눈빛을 보내더니 이내 작정한 듯 큰소리로 쓴 글을 읽어줬다. 오늘 하루였지만, 승우는 돌아다니거나 떠들지 않고 조용히 글쓰기를 끝냈다. '매일 이 모습을 기대하는 건 어렵겠지...   '




요즘 자주 들었던 기분이나 감정은?


기쁨, 하린이랑 많이 놀 때, 소풍,

슬픔, 하린이랑 못 놀 때, 따돌림, 놀림, 슬픔

기쁨, 두 발 자전거 연습할 때, 인라인 탈 때

한별이



황금

귀해서 좋아요.

로준


황토색, 주홍색과 같아서 아무것도 안보이기 때문에

요즘 쓸쓸한 기분,

쓸쓸한 이유는 잘울리는 색깔이기 때문

승우


파스텔 톤이 좋아서 좋아.

행복을 표현하면 하늘을 날은뜻하는 시원하면서 행복을 주는 하늘색

차율



나빠요. 애들이 같이 안 놀아서

하늘색은 하늘이 생각나고 연보라색은 포도가 생각나고 핑크색은 하트가 생각나고 하양색은 구름이 생각나고 민트색은 그냥 예뿌니까

하린


검정색

어두우니까 별도 보이니까...

우경



노랑색

밝고 눈부시기 때문에

억울, 속상, 화남, 우울

유찬





대체로 아이들은 친구와의 관계로 인해 그날의 기분이 좌지우지된다. 친구랑 잘 놀았던 날은 기쁜 날, 나랑 안 놀아주면 슬픈 날이고, 애들은 나쁘다. 많이 놀고 적게 노는 것도 그날의 기분을 결정한다. 적게 논 날은 혹시 나를 싫어하나 걱정도 되고, 다른 아이랑만 많이 놀면 속상해서 마음이 까매진다. 까만색이 꼭 나쁜 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경이는 어두워 별이 보이니 검은색이 좋다고 하고, 그 옆에 앉은 아이는 우경이 글을 보더니 자기도 따라 검은색이 좋다고 썼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검은색은 멋있다. 강하다.라고 말했다.


요즘 감정이 어떤지 물어보니, 쓸쓸하고 화가 난다는 아이도 있었다. 매일 숙제다. 쉬고 싶다.라는 글을 보면 초등학교 1학년인데 벌써? 하는 마음에 안쓰러웠다.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했다. 아이들의 글이 좋아요. 기뻐요로 가득 차길 바라는 건 아니다. 그저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쓰면서 조금이나마 후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생님은 어떤 글이 좋은지 알아요?

우리 작가님들이 어떤 글을 썼으면 좋은지 않아요?"


잘 쓴 글이요.

안 틀린 글이요.

바른 글이요.



...


"다 좋지만, 저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솔직하게 쓴 글을 가장 좋아해요.

솔직하게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시원해져요.

우리 초등 작가님들이 이번 글쓰기 수업을 통해 그런 경험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어려서 모를 것 같지만, 나는 어른 아이 구별하지 않고 전하고 싶은 말을 자주 전한다. 아이들의 마음엔 씨앗을 던지는 것이다. 지금 당장 씨앗이 싹트고 열매를 맺지 않더라도 좋은 씨앗을 던지다 보면 누군가에는 그 씨앗이 자리 잡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 씨앗을 간직하기도 한다. 물론 많은 씨앗은 버려지지만, 자연의 이치를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단풍나무는 씨앗을 많이 맺는다. 때가 되면 바람 타고 날려 보내지만, 그 씨앗이 모두 나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단풍나무는 씨앗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맺는다. 멀리멀리 바람 타고 날려 보낸 씨앗 중 어떤 씨앗은 운좋게 싹을 틔운다. 길을 걷다가 어린 단풍 새싹을 자주 발견한다. 시련이 많겠지만, 단단히 뿌리내려 자라기를 바란다.




수업 핵심 요약

1.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으로 시작하자.

2. 아이들은 친구 관계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

3. 솔직한 글쓰기를 하자



12주 글쓰기 수업

나도 초등 작가

쓱쓱 글쓰기









매거진의 이전글 무시무시한 백상아리가 우리 집에 온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