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이야기도 있다. 승우는 강아지가 좋은데, 강아지 털 때문에 킹받는다고 했다. 킹받는 표현 말고 다른 표현은 뭐가 있을까? 했더니 안좋다.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의 말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재희는 한글을 모른다고 수업하기 싫다고 설명하는 내내 투덜거렸다. 아이들 수가 많아 재희만을 위한 수업을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재희를 관찰해 보니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 재희에게 조용히 다가가 먼저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의 글을 봐준 후, 다시 재희에게 가서 이 그림을 그린 이유를 묻고 그림 옆에 글을 한 글자 한 글자씩 쓸 수 있게 알려줬다. 재희가 좋아하는 동물은 곰인데, 곰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고 한다. 내 핸드폰 뒤에 곰인형이 달려있었는데, 그걸 보더니 곰에게 뽀뽀를 해도 되냐고 물었다. 세탁하지 않아 깨끗하지 않은데 괜찮냐고 했더니 자신이 곰을 너무 좋아해서 괜찮다며 안아주고 싶다고 했다. 재희는 곰을 안더니 곰을 그렸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뒷 페이지를 넘겨 동그라미를 가득 그렸다. 재희의 글쓰기 시간은 그리기 시간이다.
아이들이 귀여운 동물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시언이는 사자를 좋아하는 데 그 이유는 쎄서 좋단다. 하지만, 우리 집에 온다면 '도망쳐!'. 하얀 얼굴에 말이 없는 호윤이는 이빨이 무서운 백상아리를 좋아한다. 우리 집에 온다면 백상아리 위에 타고 싶다는 글을 소개했더니 아이들이 놀라 어떻게 상어를 타냐고 난리가 났다. 백상아리의 몸길이는 6.5m고, 이빨은 삼각형으로 가장자리는 톱니처럼 생겼다. 꼬리지느러미는 초승달 모양이고, 가장 난폭한 종이다. 대표적 식인 상어다. 미리 만들어 온 자료를 보면서 호윤이가 좋아하는 백상아리에 대해 알아봤다.
"지금부터 백상아리에 대해 알아봅시다"라고 시작했으면 이렇게 집중하지 않았을 텐데, "호윤이가 좋아하는 백상아리에 대해 알아볼까요? 궁금하죠?"라고 호기심을 끈 후 이야기를 이어갔더니 반응이 뜨거웠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어떤 아이는 자신의 팔이 물린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고, 어떤 아이는 무섭다고 두 팔을 오들오들 떠는 흉내를 냈다. 아이들과 같이 심해에 들어가 백상아리를 구경하고 온 것 같다.
뱀과 파충류에 대해 그림으로 표현한 아이도 있다. '귀엽고 비늘고 느낌이 좋다. 그거 빼고 없다.' 무척 키우고 싶어 했는데 식구들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할 것 같다. 고 썼다.
앞도적인 지지를 받은 건 예상대로 고양이와 강아지였다. 좋아하는 것을 쓰는 칸에 '게임'이 많을 줄 알았는데, '동물'이 많아서 의외였다. 아이들은 살아 숨 쉬며 따스하고 무용한 것들을 사랑한다. 당장 이 교실에서 벗어나 숲으로 데리고 가서 짹짹거리는 새, 흔들리는 나뭇잎, 나무를 타는 청설모, 동글동글 귀여운 무당벌레를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