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속애플 Aug 08. 2024

아이들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었던 작가

나도 초등 작가

아이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작가가 있다. 9살에 데뷔한 이수작가다. 이수작가가 나온 방송 프로그램 보면서 '초 학생도 작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수 작가가 아이디어를 내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영상을 보던 아이들웅성웅성 대기 시작했.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들어보니 '어떻게 9살이 그림책을 내냐'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자기네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번 '네 꿈은 몇 개야' 노래 부르는 아이들을 보며 보인 반응과 유사했다.



글쓰기 수업을 시작할 때 아이들이 당장 글쓰기 실력이 늘길 바란 것은 아니다. 평생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갈 초석을 다지고 싶었다. 작가의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나 봐~'라며 씹어먹을 것 같은 눈빛을 갖길 희망했다.



우리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이수 작가처럼?

되든 안 되는

우리 한번 글을 써 봅시다.

꾸준히 쓰다 보면 여기서 누군가 책을 낼지도 몰라요.

그러기 위해선 잘 배워야겠죠? 집중합시다.

이수 작가의 '걸어가는 늑대들'

글쓰기 수업 시작합니다~





제주에 사는 이수작가의 대표작 걸어가는 늑대들



제주도

오름을 설명했다.


책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를 그때그때 찾기도 하고, 또는 그냥 지나치기도 하는데 (문맥의 흐름으로 이해하기 ), 이런 경우 미리 알고 읽는 것이 유익하다. 오름이 뭔지 모르면 이 책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해하지 못하면 흥미가 떨어진다. 걸어가는 늑대들 이야기는 쉽지 않다. 생각할 거리가 많다. 그림책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덧붙여 설명했다. 두 어번 더 읽었다.



등장인물 : 걸어가는 늑대, 오름, 로봇

로봇들이 모든 일을 해주자, 오름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내가 걸어가는 늑대라면, 어떻게 오름들을 도와 오름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세요.


그동안 해왔던 글쓰기가 단답형이었기에 다소 긴 글쓰기가 어려운 아이들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계속 물었고, 몇몇 아이는 연필을 들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주제 글쓰기를 하라고 하니 당황한 눈치다. 역시 글쓰기 수업은 쉽지 않다. 아이들에게 말이 글이 되는 글쓰기를 알려주고 싶었다. 우선 대화를 나눴다.


"로봇이 뭐든 다 해주는 세상.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뚱뚱해진 오름들, 사람들,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예상하지 못한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아 놀랐다. 그걸 그대로 써보자고 말했고, 내 말을 이해한 아이들은 연필을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쓴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낚싯대에다 음식을 달아서 움직이게 만들거나

또는 동물을 데려와 키우게 합니다.

그리고 산책을

가을에는 산으로 놀러 갈 겁니다.



시키기도 하고 핸드폰을 다른 곳으로 놓거나

겨울에는 사람을 만들면서 사릉ㄹ 빼고

썰매까지 하게 하기도 하고

같이 움직이는 놀이를 하면서 살을 뺍니다.


여름에는 물놀이를 하며 움직이니까 그렇게도 합니다. 봄에는 벚꽃 구경을 하게 합니다.



포카칩 과자로 유인한다.



아이들위 글은 놀라웠다. 이제야 비로소 글쓰기 수업다운 수업을 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10주가 걸렸다. 글쓰기가 싫은 아이들을 설득하며 쓰느라 오래 걸렸다. '이제 너희들이 글 다운 글을 쓰게 됐구나.' 살짝 울컥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소개했다. 이수작가의 책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한 작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은 아이들 뿐 아니라 나에게도 자극을 줬다.


문득, 내 딸도 이수작가처럼 살았으면 어땠을까? 잠시 상상을 해봤다. 수험생 딸은 여름 방학을 내내 관리형 독서실에 갇혀있다. 본인이 선택했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아무 내색 하지 않고 그저 맛있는 간식을 준비해 놓고 기다린다. 집에 온  아이는 해방의 기쁨을 맛보며 자기 전까지 알차게 논다. 네모난 건물에 네모난 책상에 네모난 문제집과 매일 싸우는 아이. 네모난 세상이 아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다른 길을 모르니 네모난 학교에 가둘 수밖에 없었다.



글쓰기 과정을 모두 마쳤다. 한주에 하나씩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을 예정이다. 목차, 스토리보드를 짜고, 표지를 그린 후 작가소개까지 하면 책 만들기 완성이다. 여기까지 온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하기 싫은 표정과는 다르게 손은 매번 움직이고 있었고, 뒷장에 그림을 가득 그리며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고 싶어 했던 그 욕구를 잘 자극한 것 같아 만족스러운 글쓰기 수업이었다.



수업 핵심 요약

1. 같은 나이대 작가

2. 쓰기 힘들 땐 대화 먼저 

3. 한 작가의 작품 알기



12주 글쓰기 수업

나도 초등 작가

쓱쓱 글쓰기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 수업 망친 날, '이게 정말 나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