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시원(始原)을 떠나왔다
초라해 보이는 그 곳을
원해서였는지 떠밀려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한때는 분수를 무척이나 부러워도 했지만
나의 운명은
낮고도 낮은 곳으로 가는 것
아, 살다보면
아득한 절벽 위에 서는 날도 오나보다
두려움에 떨며 눈을 감는다
번지 점프하듯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몸을 날릴 때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나의 이름도 지어졌다
아찔한 포말과
아우성 속에 묻힌
계속되는 추락과 나락 속에
마침내
짜고도 짠
눈물과 닮은 바다의 품에 이른다
그곳에선
나의 오만도
소금처럼 녹아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