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삼층 석탑 같고
감옥의 창살 같은 모양의 표
학창 시절엔
회수권 토큰 이름은 바뀌었지만
버스표만 두둑하면 부자가 된 듯했다
가을이면 삶의 느낌표 같은 은행잎을 주워
책갈피에 넣었지만
불쑥 찾아오는 물음표는 외면했다
책상 위 동그란 시간표에 맞춰 달렸고
성적표 숫자에 따라 울고 웃었지
꿈에도 나오던 빈 답안지의 공포란
엄마표 음식을 만들며
수표가 아닌 슈퍼가 외출의 전부였던 육아의 때를 지나
<세일즈맨의 죽음>과 같은 직장 시절…
이젠 과년한 딸의 결혼발표에 목을 빼고 기다리며
가물거리는 시력 검사표를 보며 맞추려 애쓰고
한 해 걸러 건강검진 문진표를 작성하는 나이
시간의 감옥에서 동동거렸지만
내 이름표를 쌓아 올린 최종 성적표가 궁금하다
학창 시절 그 부자의 마음으로 마침표 찍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