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6편
부자가 되어라
나는 세계를 순수한 것과 속물적인 것으로 나누어 인식하며 살았다. 가령 예술은 순수한 것이고 돈은 속물적인 것이었다. 나는 예술을 사랑했고 돈을 미워했다. 그런데 현실을 경험하며 세계를 인식하는 관점이 넓어졌다. 세계는 두 가지 편으로만 나뉘는 게 아니었다. 대신 조건과 목표라는 두 가지 단계로 구성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조건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이고 목표는 달성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극히 어려워진다. 사람에 따라 목표는 다양하겠지만 어떤 목표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조건은 대체로 몇 가지로 한정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신체적 건강과 경제적 자유가 그러한 것들이다. 이것이 내가 돈에 관한 관점을 바꾸게 된 계기다.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는 두 아버지의 조언을 들으며 자랐다. 한 아버지는 가난한 친아버지였고 다른 아버지는 친구네 부자 아버지였다. 그는 두 조언을 비교했을 때 돈에 관해서는 부자 아버지의 말을 따라야겠다고 믿었다. 덕분에 그는 부자 아버지처럼 부자가 될 수 있었다. 그는 부자 아버지가 자신에게 가르쳤던 교훈을 독자에게 전수하려고 한다. 그는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처럼 쉬운 비유나 그림을 사용하여 독자를 이해시킨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자가 되기 위한 여섯 가지 교훈을 알려준다. 그중 두 가지 교훈을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 교훈이다. “부자는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대신 돈이 그를 위해 일하게 만든다.” 부자가 아닌 사람은 돈을 위해 일한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인생의 많은 시간을 쏟는다. 하지만 부자는 돈이 그를 위해 일하게 만든다. 그는 일에 매달릴 필요가 없기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부자와 부자가 아닌 자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교육이다. 부자가 아닌 사람은 학교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 배운다. 그러나 부자는 어떻게 돈을 관리하는지 배운다. 두 번째 교훈으로, “돈보다 금융 지식이 더 중요하다.” 돈은 그저 돈이다. 금융 지식은 돈을 관리하는 능력이다. 금융 지식은 회계와 투자, 시장에 대한 이해도, 법률이라는 네 가지 지식의 조합이다. 회계는 기술적인 분석을 뜻한다. 숫자 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투자는 창조적인 활동이다. 신념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다. 시장에 대한 이해도는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법률은 돈 벌기 게임의 규칙을 파악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책을 추천해 준 선배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나는 돈에 관해서는 항상 바보였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현실을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더 감사했던 건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였을 때 이미 부자가 되는 것을 포기했었다. 이 책은 내게 자신감을 선물해 준 좋은 책이다. 한편으로 나는 이 책이 위험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옆집에 사는 부유한 친구 아버지를 부자 아빠, 자신의 아버지를 가난한 아빠라고 표현한다. 경제관념에 따라 아버지를 교체할 수 있다는 발상은 극단적이다. 또한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라고 이야기하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정도가 과하다. 부자가 되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낙오자라고 자꾸 세뇌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모두가 부자가 되어야만 행복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은 조건이지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금융 지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지만 돈에 대한 철학까지 다루지 않는다. 돈에 대한 철학 없이 무작정 부자가 되겠다는 것은 맹목적인 탐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책이든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 책은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읽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