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조조정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면
앞선 글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자가 될경우 우리가 해야하거나 할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이번글에서는 반대로 내가 매니저의 위치에서 구조조정 대상자를 선정해야 할 경우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항상 당해야 하는 당사자로 선정된 사람들에게 이유나 선정기준과 상관없이 논리적인 사고나 냉철한 판단을 요구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종종 구조조정 자체를 추가적인 수입과 함께 이직의 기회로 생각하는 구성원들이 있지만 이런 분들은 사실 구조조정 대상자로 선정되는 경우가 드물다. 사실 자발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자로 선정되기를 지원하는 분들은 이미 백업플랜이 있는 분들이기에 회사나 당사자 입장에서 모두 win-win하는 case가 될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유쾌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회사의 사정이나 구조조정에 따른 보상체계가 확실히 세워져 있는 회사의 경우 아래 글에서 일반화시킨 부분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들도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최대한 일반화시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내가 처해있는 위치나 조직의 규모, 회사의 분위기 등 내외부적인 환경과 조건에 상관없이 가장 기초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1) 나이 혹은 근속연수
모두 알지만 신입사원이나 근속연수가 5년이하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대상자 검토를 하기에는 무리수가 크다. 그들에게는 본 회사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거나 반대로 저성과자로 평가받기에는 그 책임과 권한의 크기가 너무 작다고 할수 있다. 회사에서 특정하지 않는다면 구조조정 대상자 검토에서 이들은 빼고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회사들에서는 사정이 너무 어렵거나 꼭 필요한 인력만 남기고 정리하고자 하는 의도로 사원, 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구조조정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이런 회사의 가까운 미래가 좋아질수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미련없이 털고 빨리 다른 회사를 찾아보는게 더 현명할수 있다. 이에 매니져의 위치에 있는 분들은 회사에서 이런 정책으로 구조조정을 할 경우, 해당되는 후배직원들이 미련없이 떠날 수 있도록 어떤 희망섞인 이야기도 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이런 소위 희망고문 비슷한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에 신속하고 명확하게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그들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밖에서 더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게 더 좋은 옵션이다.
2) 저성과 혹은 저평가자
당연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구조조정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대상자들의 성과와 인사평가 결과를 데이터화해서 검토해야 한다. 지난 3-5년 정도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최대한 당신의 주관적 사고는 일반적인 인사평가와 달리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좋다. 인사시스템 혹은 인사부서에서 받은 자료를 기준으로해서 정량화하여 비인간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점수로 환산하여 list up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하지만 점수차이가 참 모호하게 발생할 수도 있다. cut line에 동점자가 다수이거나 그 차이가 너무 미미해서 고민이 될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당신의 부서와 가장 밀접하게 일하는 부서들의 책임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다면평가측면에서 객관성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다만 의견청취시 구두로 주관적인 의견을 묻지말고 인사평가 시스템 혹은 일반적으로 공공에서 구할 수 있는 평가표를 사용하여 이또한 정량화하는 것이 구조조정 대상자로 선정된 구성원들과 면담시에 발생할 수 있는 오해나 비난에서 조금이나마 멀어질 수 있다.
위의 방법에 대해 오랜시간 같이 일한 구성원들을 숫자로만 환산해서 평가한다는 부분때문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나 피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이것이 그래도 가장 객관적임을 강조하고 싶다.
위 두가지가 기초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보다 우선해서 고려해야하는 부분은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 이다. 만약 이런 사람이 내 부서에 있다면 나이, 처한 환경 및 조건과 상관없이 그사람이 1순위 대상자이다.
명심하자. 구조조정도 회사가 나에게 요구하는 업무 중 하나이다.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 회사와의 계약이며 이 업무에서 절대 구성원들에게 좋은 상사, 선배로 인식되려 하지 말라. 내가 누군가를 지키려고 아니면 모두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나에게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했더니 떠내려간 봇짐을 내 놓으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