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소월 Oct 30. 2020

채식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모두 시비를 건다.

월화수목 요일 채식을 시작하려고 한다. 비건이나 락토는 조금 버거울 것 같아서 페스코(우유, 계란, 치즈, 해산물까지 가능)로 시작하려는데 벌써부터 주변에서 듣기 좋지 않은 소리를 한다.


"왜 월화수목만 해? 다른 날들은 고기 엄청 먹으려고?"

"평소에 고기만 먹던 녀석이 뭘 채식이야."

"그거 하면 건강 망친다던데."

"그럼 이제 너 앞에서 소고기 먹어야겠다."


등등. 채식을 한다고 하면 이런 이상한 소리들을 자주 들을 수 있다.



내가 채식을 시작하는 이유


1. 동물권


일단 동물권 때문이다.


혹시 병아리가 기계에 갈려서 가루가 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지? 돼지나 소가 집단으로 도축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지? 10년 넘게 살 수 있는 닭이 평생을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치킨이 되는 것을 알고 있는지?


물론 나도 그 전부터 알고 있었다. 개보다 똑똑한 돼지는 당연히 식용이고, 소는 기념일에 먹는 것이고, 닭은 언제나 환영이다. 우리는 동물을 식용으로 생각한다. 그럼 또 이런 질문을 던지더라. 사자가 사슴을 먹는 건? 그건 자연이지. 그럼 뭐가 달라? 잘 봐. 사자가 만약 사슴 공장을 만들어서 철창에 가두고 평생 움직이지도 못하게 해서 밥을 먹이고 키워서 잡아먹는다면? 그게 산업이 된다면? 모든 사자가 먹을만한 음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욕심내서 모두가 사슴을 계속 더 소비한다면? 사슴이 산업이 되어 모든 사자가 이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면.


이건 마치 사자가 사슴을 고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자가 어른 사슴을 잡아서 어린이 사슴 앞에서 어른 사슴을 굳이 괴롭히거나 고문하지 않는 것처럼, 자연에서 사자가 사슴을 잡아먹는 것은 인간이 개, 돼지, 양, 소를 잡아먹는 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인간은 잡식이다. 굳이 고기만을 먹을 필요가 없다. 생명을 산업으로 다루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대안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러니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고기 맛이 훌륭한가? 흥미로운 건 고기는 아무 맛도 없다는 것이다. 보통 음식은 소금과 양념 맛이다. 당신이 야생 돼지나 닭을 직접 잡아서 그 상태로 구워 먹으면 과연 삼겹살이나 치킨 집에서 먹는 고기 맛이 날까? 아니다. 다들 소금 치고 양념 넣고 소스나 쌈장을 찍어 먹어야 비로소 그 맛이 난다. 그러니까 우리는 고기가 맛있어서 먹는다기보다는 그냥 '맛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먹는 게 더 크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와 옛날에는 고기를 먹었대요? 진짜예요?" 이러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2. 기후위기


내가 채식을 시작하는 이유는 기후위기 때문이다.


2020년 한국에서 50일 넘게 비가 왔다. 다들 장마라고 하는데, 이게 장마인가? 아니다. 이건 기후위기다.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슬로건처럼 빙하가 녹고, 여름 겨울 기온이 다르고, 태풍이 오고, 비가 오는 것은 모두 기후위기 때문이다. 이제 30년 안에 모든 빙하가 다 녹는다고 한다. 심지어 더 이상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레타 툰베리를 아는가?


기후위기를 위해 싸우는 가장 유명한 활동가 중 한 명이다. 심지어 이를 위해 청소년 시절 학교를 그만둔 사람이다. 그가 말하길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된다고 한다. 1회 용품 줄이기, 에너지 소비 줄이기, 친환경 공장 설립 등등 국가가, 단체가, 개인이 노력해야 한다.


기후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고기 안 먹기'다. 소와 돼지의 개체수는 몇십 억이 넘고 닭은 심지어 100억이 넘는다. 이 동물들이 먹는 사료를 만드는 비용, 공장 설립, 동물드이 내뿜는 탄소 등등을 다 합치면 기후위기에 영향을 주는 퍼센트가 너무 높다. 그래서 채식을 하는 사람은 기후위기도 신경 쓰기 마련이다.


결국 이것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정말 언젠가는 비가 당연하게도 100일 넘게 오고 수재민이 생기고 집이 없어지고 먹을 게 없어지고 야채가 고갈되고 태풍이 자주 오고 집이 무너지고 공장이 부서지고 에너지가 고갈되고 우리 모두가 더욱 가난해질 수 있다.


기후위기 대처는 마치 팀플 같다고 한다. 전 세계인과 함께하는 팀플. 그래서 어렵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 명씩이라도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바른 대화법


내가 요일 채식을 한다고 했을 때, 시비를 거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올바른 대화법은 시비 거는 것이 아니라 물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왜 채식을 시작하게 됐어?"

"채식이 좋은 점이 뭐야?"


이렇게 물어봤으면 나는 당연히 동물권과 기후위기, 그리고 나의 건강까지도 설명할 것이다. 이게 바람직한 대화법이다. 웃긴 건 채식에 대해서 저렇게 시비에 가까운 말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말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선에서 벗어나면 일단 타인을 무안하게 하는 대화법,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어보는 대화법이라면 본인에게도 유익하고 상대방과 대화하기도 수월해진다. 그러니 좀 물어보자. 남을 깎아내리지 말고 무안 주지 말고 함께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몇 살인지부터 물어보는 한국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