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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장 May 23. 2023

오늘도 출근했고,
역시나 퇴사하고 싶다.

할 수 있지만, 하지 못하는 것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저는 4년 차 직장인이고요. 어쩌다 보니 브랜드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은 친구에게 "요즘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라며 하소연을 했다. 이에 친구는 "너의 시간은 빨리 가는 게 맞아"라며 꽤 충격적인 위로를 해줬는데,


(친구의 주장에 따르면) 개인에게는 기억 저장공간의 용량이 정해져 있어 기억할 수 있는 사건의 양이 정해져 있는데, 용량의 크기에 따라 시간이 빠르게 또는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 꽤 공감했고 충격을 받았다. 설득 당해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에 공감했고 저장공간 용량의 존재에 대해 충격받았다.


나는 나의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기억할 것을 선택하는 사람인 줄 알았으나, 사실은 저장공간의 부족으로 강제로 선택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많았고 정말 내 시간은 남들보다 빠르게 흐르는 게 맞았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고 확신한 이유?

나는 분명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그것을 통해 슬프거나 즐거우며, 화나거나 흥분되는 감정을 느끼고는 한다. 다만, 여기서 역으로 감정을 단서 삼아 경험했던 것을 상기하고자 하면 흐릿하기만 할 뿐 디테일한 부분들이 떠오르지 않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한다.


경험의 잔상으로 남는 것은 감정인 줄 알았더니 선명한 건 감정뿐이더라.


그래서 다시 돌고 돌아 오늘,
오늘도 출근했고, 역시나 퇴사하고 싶다.

요즘 습관처럼 내뱉는 말 "큰일 났다.. 미치도록 퇴사하고 싶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출근하자마자 친구에게 제일 먼저 보낸 카톡이었다.


퇴사가 너무도 간절해서 눈물이 난다는 나에게 묻는다.


Q1. 오늘 당장 퇴사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할 수는 있다... 정말로....


Q2. 할 수는 있는데 왜 하지 않을까?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적인 측면이 하나의 문제가 될 것이고 

맡은 일을 끝내야 하는 사회적 계약(약속)과 같은 상황적 조건이 있다.


Q3. 그럼 정말 퇴사는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아니다. 이건 할 수 있음에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이제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


Q4. 오늘 당장 퇴사할 수 없는가?

간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허무하지만 나는 오늘 퇴사할 수 없다. 



비단 퇴사뿐이 아니라 당장 할 수는 있지만 하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이 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에게 무작정 떼를 쓰면 해결되는 것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무작정'이라는 행위는 통하지 않는 시기이다. 어른이 되면 스스로 돈을 벌고 결정을 하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 사실은 아무것도 무작정 할 수 없는 때가 아닐까?


더 나아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은 노력의 단계를 넘어서 타이밍까지 조화롭게 버무려진 엄청난 우연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할 수 있다'는 말의 무게를 알게 된 지금. 확신에 찬 그 말을 내뱉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그리고 얼마나 좋은 타이밍을 기다려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할 수 있다'는 말보다는 '조심스럽다.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이 익숙해진 요즘이다.


마치며 : 이러다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간잽이가 되는 건 아니겠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비교하며 누군가는 기회를 너무 잰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결국 무언가에 쏟아부을 수 있는 시간과 돈, 열정과 노력도 그리고 기가 막힌 타이밍까지도 한정된 자원이라고 가정했을  다양한 가능성 중 투자 가치가 있는 원석을 발견하는 눈이 생기는 과정이 아닐까?


하고 싶었다는 이유 만으로 결국 내가 해낼 수 없는 것에 투자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할 수 있다는 이유 만으로 앞뒤 재지 않고 이유 없는 투자를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을 기억하며, 나에게 주어진 성공의 타이밍을 모두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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