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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Apr 24. 2020

나는 이미 작가다.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

나의 시작은 인생의 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사람마다 무엇을 시작하고 끝내는 일이 있듯이 나의 시작과 끝맺음은 사랑이었다. 한 사람을 사랑해서 시작했던 연애는 막장 드라마처럼 배신의 연속으로 내 살을 파고들었다. 웃는 날도 있으면 우는 날이 있듯이 지난 웃었던 일들이 한 줌의 먼지처럼 사라지고 그 자리는 슬픔과 좌절로 가라앉고 있었다.      


한 없이 가라앉는 자리에서 나는 일어서야만 했다. 내가 앞으로 처리할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은 슬픔과 좌절을 누려보기도 전에 나를 재촉하듯 끌고 갔다. 시간은 흐르고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을 때, 이미 나는 엉망 그 자체였다. 아픔을 누리지 못한 일에 벌을 받듯 나는 나 스스로를 망치는 길만 걸어가고 있었다. 내 인생의 꽃길을 뿌려주지 못할망정 벌을 주고 있는 나를 보며 나는 한 없이 약해지고 있었다.     


꺼져가는 등불에 하나의 빛줄기를 비춰준 것은 바로 책이었다. 우연히 들은 대학교 강의에서 매주 하나의 책을 읽고 A4용지에 제목을 짓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 과제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인생에 낭떠러지 앞에 서서 한 없이 깊어져 가는 낭떠러지를 바라보다 한 걸음씩 뒷걸음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도피일 수도 있었던, 나의 독서는 나의 작은 희망이자 마지막 생존의 길이었다. 책을 읽으면 지옥 같은 생각의 늪에서 벗어나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글을 쓰면서 엉망인 나의 모습을 직면하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를 직면하는 순간부터 나는 어쩌면 힘이 닿는 그날까지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글을 잘 쓰고,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문체를 구사하는지에 대한 재능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다짐했던 그 순간의 감정을 하나의 지난 일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그려나가고 싶을 뿐이다.   

  

낭떠러지가 아닌 책의 숲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을 때, 나는 이미 작가가 되어있었다. 나는 나의 인생의 작가이다. 다만, 내 인생의 주도권이 내가 아닌 타인과 관계와 세상의 법칙에 넘겨졌기 때문에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앎으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옛날 과거에 지난 나의 모습이 아닌 앞으로 써내려 갈 나의 이야기가 곧 시작이 될 것이고, 이것이 다시 시작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 세상이 만들어 낸 숫자에 두려워서 그동안 주저했던, 나의 좌절기가 아닌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하나하나 이루어갈 이야기가 곧 나의 도전이 될 것이다.


나의 인생에 시작과 마지막일 것 같았던 나의 연애가 다시 새로운 출발점을 만들어 준 셈이다. 경험에는 헛된 것이 없는 것처럼 나의 삶 순간순간 체험한 모든 것이 나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 또한 새로운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포기했을 때, 다가오는 책임감에 무거움을 느꼈다. 나는 이것을 경험함으로써 느낀 후회들이 너무 많고 다시는 그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아 새로운 것에서부터 오는 걱정들을 밀어내려고 노력한다.     


밀어내고 시도한 도전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스스로 도전하고자 하는 것을 찾게 된다. 날마다 불어나는 도전적인 생각들은 하루에 공허한 마음들을 채워가고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를 준다.

  

가보지도 않은 길에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먼저 한 걸음 내디뎠을 때, 그 길이 내 인생의 꽃길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그것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혹시나 ‘나는 할 수 없다.’라는 생각에 자신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앞으로 나아갈 것들을 두려워한다면, 두려움의 요소인 부끄러움을 제거하는 것이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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