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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색소폰 연주의 개척자, 서정근의 예술철학!

161. 아카이브_ 동해

by 조연섭

음악이란 무엇인가? 소리의 조합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가?

15일 개최된 ‘2025 동해뮤직페스타‘에 초청된 색소폰 명인 서정근 색소포니스트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초청공연을 27회나 치러낸 그는 절대음감을 지닌 연주자일 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서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무대 매너의 대가이기도 하다. 그의 음악이 ‘기술적인 완벽함’에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가 강조하는 예술의 본질적 태도 때문이다.


서정근은 ‘들려주는 음악’이 아니라, ‘들어주는 음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연주란 자신의 기교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글에서는 그의 음악 철학을 중심으로, 무대 예술이 가져야 할 본질적인 태도를 생각해 본다.


‘들려주는 음악’과 ‘들어주는 음악’의 차이는 태도의 차이보다 본질적으로 소통의 예술이다. 많은 연주자들은 무대에서 자신의 연주 실력을 선보이기에 급급하다. ‘내가 이렇게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들려주는 음악’이라면, ‘청중이 듣고 싶은 감정을 연주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들어주는 음악’이다.


서정근은 말한다.

“악기 연주자는 청중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청중의 감정을 읽고 함께 공감해야 한다.”


이는 공연 태도의 차이보다 예술가가 가져야 할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다. 연주자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연주를 하는 순간, 관객과 거리는 멀어진다. 반면, 청중이 원하는 감정과 분위기를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는 연주는 퍼포먼스를 넘어서는 감동을 만들어낸다.


서정근이 강조하는 ‘들어주는 음악’은 연주자가 음악을 통해 청중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이다. 이는 기교를 넘어선, 예술적 공감의 문제인 것이다.


무대에서 연주자는 악기를 다루는 기술자가 전부는 아니다. 그는 관객과 소통하는 예술가다. 서정근은 무대에서 청중과 함께 호흡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는 세종문화회관에서만 27회의 공연을 치르며 그 철학을 몸소 실천했다.


그는 말한다.

색소포니스트 서정근

“계산된 동작은 티가 난다. 무대 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짜’여야 한다.”


그의 연주는 그 자체로 하나의 퍼포먼스다. 색소폰을 연주하며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고, 청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그의 무대 매너는 계획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음악이 몸에서 흘러나오듯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그의 연주는 늘 무대를 장악하는 아티스트의 시간이다. 색소폰은 서양에서 발달한 악기지만, 서정근은 이를 한국적인 정서로 풀어내는 방법을 연구했다.


특히 그는 호흡과 색소폰으로 ‘한(恨)’을 표현할 수 있는 독창적인 비브라토 주법도 개발했다.


“색소폰도 흐느낄 수 있다. 소리가 아니라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그의 연주는 구조 형식에 있어 차별화된 멜로디와 깊은 감정의 흐름이다. 그는 입 안쪽을 이용한 독창적인 비브라토 주법을 통해, 색소폰 소리에서 마치 사람이 흐느끼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이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서정근의 독창적인 연주법이다.


그는 ‘한국적인 색소폰 연주’의 개척자다. 이는 기교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


즉흥 연주는 그냥 애드리브가 아니다. 서정근은 즉흥 연주가 진정한 연주가 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애드리브 즉, 즉흥 연주는 계획할 수 없다. 그래도 가능한 이유는 연주자가 평소에 수없이 많은 코드워크와 스케일을 훈련했기 때문이다.


“즉흥 연주는 무작위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훈련된 자유’다.”


그가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선보이는 연주에는 그의 오랜 경험과 연습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즉흥 연주는 일반 변주가 아니라, 감정을 담아낸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처럼 들린다.


서정근이 쌓아온 음악적 자산과 독창적인 연주 기법은 개인의 경험이 아니다. 이것은 음악사적으로 기록되고 연구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유산이다.

2025 동해뮤직페스타 색소포니스트 서정근과

그의 색소폰 연주 스타일, 무대에서의 퍼포먼스, 즉흥 연주의 철학은 후대에도 남아야 할 중요한 예술적 자산이다. 예술이란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음악과 철학을 기록해야 한다.


그는 단순한 연주자가 아니라, 한국적인 색소폰 연주의 개척자이며, 청중과 소통하는 음악 철학을 만들어낸 예술가다. 오늘날 많은 예술가들은 ‘들려주는 음악’과 ‘들어주는 음악’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러나 서정근의 철학은 명확하다.


“음악은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는 행위다.”


그는 말한다.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주는 음악’을 해야 한다.”


이는 연주 철학 보다 이것은 예술가가 가져야 할 가장 근본적인 태도다.


진정한 예술은, 기교를 넘어 감동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기록되지 않은 예술은 사라진다. 그러나, ‘들어주는 음악’은 영원히 청중의 가슴에 남는다.


그것이 바로 서정근 색소포니스트가 우리에게 남겨가는 가장 큰 색소폰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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