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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섭 Nov 12. 2024

맨발 걷기, 양귀비 눈썹을 닮은 ‘추암’

120. 맨발 걷기

아침을 여는 맨발 걷기, 동해의 바다에서 느끼는 삶의 선물

7번 국도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항포구 중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기가 모여든 곳 동해 추암해변, 이곳은 허준구 강원문화연구소 소장이 ‘양귀비 눈썹을 닮았다’고 표현한 복제할 수 없는 동해의 신선이 노닐던 해변이다.


아마도 허소장이 추암을 양귀비 눈썹에 비유한 것은 “추암이 동해안 일출 명소로 능파대외 많은 바위들이 고개를 내민 모습이 마치 고대 중국의 미인 양귀비의 눈썹처럼 고운 곡선을 이루고 있다는 데에서 비유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양귀비는 역사적으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고, 추암의 독특하고 섬세한 바위 형상은 그녀의 눈썹을 닮은 모습이라 하여 ‘추암’의 이름을 얻은 것은 아닐까? 이러한 자연의 형상은 신비로움과 함께 동해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추암 맨발러의 힘찬행진, 사진_ 조연섭

341일 동안 이어온 해변 맨발 걷기는 차가운 모래와 포근한 바닷물이 조화를 이루는 제장의 마을 이 해변에서 이어진다. 바닷바람이 나의 볼과 피부를 스치고, 모래 위에 선 발끝이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움직일 때, 나는 해발걸음은 마치 미지의 세계가 나를 감싸듯 육지 걷기와 차원이 다른 이상의 세계를 체험한다. 그것은 자연에너지와 바다가 주는 선물, 하루를 여는 동해의 특별한 아침 풍경이다.

맨발러의 넉넉함, 사진_ 조연섭

은은한 해변의 여명 속에서 은하수 조명 아래 드러나는 촛대바위와 증산 방향의 솔비치 리조트는 마치 좌청룡과 우백호가 바다를 지키고 있는 모습처럼 웅장하다. 해변을 따라 걷는 이들에게 이 장면은 그들이 삶 속에서 마주하는 힘과 용기, 그리고 자신을 지키려는 의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나에게 있어 맨발 걷기란 삶의 지혜이자 생명의 과학이다. 발끝으로 모래를 느끼며 걸음을 내디딜 때, 우리는 땅과 하나가 되어 호흡하고, 자연의 일부가 된다. 발바닥을 스치는 감각은 부드럽지만, 가끔씩 마주치는 차가운 물결은 긴장을 풀어주고, 느리게 내딛는 걸음 하나하나는 자신과의 조우를 의미한다. 341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이어온 이 맨발 걷기는 단순 반복보다 나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이었다. 이웃에서 하나 둘 맨발러가 늘어가는 모습이 왠지 반갑고 좋다. 그 모습에서 우리는 꾸준함이 주는 강력한 힘을 본다. 현장에서 만나는 맨발러 들은 같은 장소를 걸어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관리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자신만의 꿈을 가슴에 품고 바다를 걷는 맨발러들은 오늘도 또 한 명씩 모이기 시작한다.


동해의 해변은 그들에게 풍경 보다 일종의 안식의 장소 보호구역과도 같다. 고요한 아침, 여명이 짙게 밀려올 때 우리는 각자 발걸음을 통해 자연과 동화된 채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맨발 걷기는 바다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자신과 자연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매일 반복되지만, 결코 똑같지 않은 해변의 풍경과 마음속에 자리 잡은 새로움은 그들을 새로운 날로 인도한다.


이 작은 걸음 하나하나가 모여 큰 의미를 만든다. 바다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지만, 매일매일 다른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처럼 그들의 하루도 새롭게 시작된다.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꾸준함과 포근함, 그것이 동해의 바다와 맨발 걷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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