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맨발 걷기
추암 해변, 맨발로 맞이하는 겨울의 시작
336일 차 맨발 걷기를 맞이한 오늘 아침, 추암 해변은 낮게 깔린 구름 아래에서 차분하게 나를 맞아준다. 영상 10도의 공기 속에서 하얗게 펼쳐진 파도가 백사장을 덮으며 만들어낸 자취는 마치 섬세한 직물처럼 단아하게 느껴진다. 자연이 그린 부드러운 곡선과 섬세한 손길을 발끝으로 느끼며, 우리는 이 순간 자연과 온전히 연결된 듯한 깊은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먼저 도착한 맨발러들의 넉넉한 행진은 동해의 신선 부럽지 않아 보인다. 흐린 날씨 덕분에 바다 향기가 더욱 짙게 퍼져온다. 해풍을 따라 전해지는 바다의 향기는 그 자체로 진실하고 순수한, 그리하여 사람의 가슴을 가득 채우는 특별한 향기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는 느리지만 꾸준히 다가오고 있다. 모래는 서서히 차가운 기운을 품어내며 겨울의 문턱을 알린다. 발끝으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은 이제 곧 더 두꺼운 옷과 준비를 해야 할 때임을 상기시킨다.
겨울의 바다를 맨발로 느끼기 위해서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바닷물은 차갑지만 포근하고, 겨울바람은 매섭지만 신선하다. 그러나 밤새 차가워진 모래밭을 걷다 보면 발이 서늘해지고 동상의 위험까지 있을 수 있다. 나는 백사장 안쪽에 신발을 보관할 작은 공간을 마련할 필요를 느낀다. 이는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변화하는 해변을 온전히 경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은 준비다.
추암 해변을 사계절 내내 맨발로 걸으며 나는 자연이 주는 다양한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했다. 가을의 아침 햇살 속에서 부드럽게 흐르던 파도는 어느새 겨울을 맞이하며 찬 기운을 품기 시작한다. 이런 자연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나 자신도 계절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겪는다.
겨울과 친해져야 할 해변에서 맨발로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는 이 순간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자연의 리듬에 발맞추며 살아가는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추암 해변의 맨발 걷기처럼, 오늘도 이곳에서 조용히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겨울철 해변 맨발 걷기를 준비할 때는 몇 가지 유의사항이 필요하다. 먼저 체온 유지가 중요하므로 따뜻한 옷을 여러 겹으로 입고, 특히 손을 보호하기 위한 장갑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새벽의 경우 백사장이 차갑다. 신발은 출발장소까지 신고 들어가 보관하고 해변을 걷는 것이 좋다. 걷기 전에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발과 다리 근육을 풀어주고, 걷기 후에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가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겨울철 해변의 모래가 차갑고 딱딱할 수 있으므로 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걸으며 체온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변 걷기를 마친 후에는 몸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따뜻한 음료나 간식을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