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동쪽여행
아침이 아름답다고 아침의 나라, 동트는 동해, 동쪽나라로 불리는 곳이 동해다. 동해 삼화지역은 '도시재생'과 "폐 쇄석장 문화재생', 마을 농업유산 '보역새놀이' 복원 등으로 최근 제2의 도약으로 분주한 마을이다. 13일, 삼화마을 오후는 여느 때와 달리 설레고 분주했다. 마을에 방송 제작진이 찾아온다는 소식이다. 과거 나시찬의 '전우'를 만나는 시간보다 기뻐하는 주민 분위기다. 마을협동조합 조합원들과 주민들, 특히 중절모 차림, 양복차림 등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의 어르신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삼화마을은 동해에서도 그 역사가 깊고 독특한 마을이며, 농업유산, 철기, 시멘트 등 근대산업의 시작과 삼화사 국행수륙재와 홍월보 개척자 박지생, 김예순의 공덕비 등 문화의 향기가 넘치는 곳이다. 최근 도시재생 등 마을 주민 중심 사업을 통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특히 얼마 전 강원민속예술축제에 동해시 대표로 출전한 삼화 '보역새놀이 민속예술단'은 주민 70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약 5개월간 야학을 통해 문화와 공동체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필자 역시 삼화지역 방문은 처음이 아니다. 몇 해 전 지역 청년기획자와 작가들과 함께 삼화 6통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정든 마을이다. ‘야학’과 ‘추억 마케팅’이라는 매개를 통해, ‘추억 여행’과 ‘호박돌 자서전 프로젝트’ 등 기억을 되살리는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해 왔다. 동지들을 만나기 위해 달려간 삼화마을의 랜드마크이자 지역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거북당’은 이곳에서 새로운 문화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마을 사랑방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부지런한 주민의 삶과 역사가 깃든 장소다. 이 거북당에서 삼화를 조명하는 방송제작이 진행되는 날이다.
방송프로그램 키워드는 삼색 삼화 마을관리협동조합, 거북당, 삼화의 역사, 도시재생 등이며, 주요 내용은 ‘삼화의 역사와 문화, 도시재생, 사라져 가던 농업유산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전통 민속놀이, ‘보역새놀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방송을 위한 리허설이 시작됐다. PD로 보이는 사람, 카메라 감독으로 보이는 사람, 리포터와 시작을 알리는 Q 신호가 연신 오가며 장비 리허설이 진행 중이다. 삼화마을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탄생한 공간과 삼색삼화 마을관리협동조합의 활동을 소개하는 연습과 촬영 준비로 분주하다. 협동조합 회원들이 각자의 역할과 업무를 설명을 준비하는 동안, 삼화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전하는 분들을 소개하기 위해 일행은 준비된 자리에 출연하는 주민들을 모시고 대기장소로 안내했다. 마을의 역사와 ‘보역새놀이’의 배경설명은 삼화마을에 13대째 거주하는 주민이자 동해문화원 자문위원장인 최준석 위원장과, 최근 동해문화원이 동해시와 준비해 강원민속예술축제에 동해시 대표로 출전한 ‘보역새놀이’에서 노동요를 부른 이성만 소리꾼이 함께 대기 중이다.
추가 촬영팀이 도착하고, 우선 도시재생으로 부활한 삼화마을의 재생 과정과 협동조합이 생긴 배경, 마을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에 관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조합원들은 도시재생이 마을에 가져온 변화를 설명하며, 그 변화를 통해 앞으로 삼화마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서 삼화의 민속과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최위원장은 마을의 정신적 뿌리와도 같은 ‘보역새놀이’를 통해 삼화마을의 유구한 역사를 풀어주셨다.
최위원장은 “보역새놀이는 삼화의 역사 그 자체”라고 말하며 삼화사의 창건 이야기부터 시작해, 400년 이상 마을을 지켜온 홍월평 평야에 건설한 '홍월보'의 전설을 전했다. 홍월보는 삼화마을의 개척정신과 주민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상징적인 존재로, 이 홍월보를 중심으로 삼화마을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자신들만의 고유한 민속과 전통을 쌓아 올렸다. 그중에서도 ‘보역새놀이’는 삼화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온 공동체의 정신을 대표하는 농업유산으로,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들판을 일구고 농사를 지어온 과정과 애환을 담고 있다.
잠시 뒤 소리꾼 이씨가 나섰다. ‘보역새놀이’에 담긴 노동요를 열창하며 마을의 민속적 가치와 그 소리를 전했다. 그가 부르는 산일소리, 목도소리, 모내기 소리에는 마치 마을의 지난 세월이 응축되어 흐르는 듯했다. 농사일을 할 때마다 울려 퍼졌던 노동요는 단순 음악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니, 그것은 고단한 일상을 함께 나누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었다. 소리꾼 이씨의 목소리에는 그 옛날 농부들이 들판에서 흘린 땀과 웃음, 그리고 서로를 격려하던 뜨거운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날 촬영은 삼화마을의 전통과 역사를 보여주는 현장이며, 이 마을이 그동안 걸어온 시간의 무게와 주민들이 지켜온 삶의 터전을 대변하는 장면이 되었다. 마을에 새롭게 생긴 삼화의 명소, '거북당'과 마을관리 협동조합, '삼색삼화'는 마을의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를 연결하는 고리가 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여전히 전통을 소중히 간직하고 계셨다. 최준석 어르신과 이성만 씨의 이야기를 통해 삼화마을이 가진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일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목소리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기를 바라게 되었다.
취재가 마무리될 즈음, 거북당에서는 공간 상징 거북이의 '부지런함'을 키워드로 개발한 '동해 거북빵'과 인근 무릉별유천지 라벤더 정원과 연계한 '라벤더 라테', 라벤더 아포가토', '라벤더 아이스크림' 등 시식과 준비 과정 이야기를 마을관리 협동조합 최은하 이시장과 리포터인 가수가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리포터로 참석한 문소희 가수의 노래와 협동조합원 조정흠 씨의 ‘영일만 친구’ 노래로 프로그램 제작을 마무리했다. 삼화마을은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들의 전통과 이야기를 노래로 이어가며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지켜갈 것이다.
사진, 글_ 조연섭 브런치 스토리 크리에이터, 문화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