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Magazine_ news
2024년 12월 19일 눈 내린 다음날, 동해 송정생활문화센터 2층 전시실에서 열린 갤러리 공감 제1회 회원전 ‘함께 가는 길’은 예술적 깊이와 사회적 함의를 담은 한 편의 서사시와 같았다. 예술과 삶, 공동체와 개인의 경계를 허물며, 지역 생활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회원 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공감을 이끌어냈다.
사진•영상•글_ 조연섭
젊은 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음악다방 문화를 즐기며 언더그라운드 DJ였던 나에게 있어 전시의 시작은 가수 김난영 씨가 통기타로 불러준 음악이었다. '티시 히노호사'의 1989년 곡 ‘Donde voy’가 그 노래다. 참석한 작가들과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노래의 서정적 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곡은 멕시코의 한 남성이 고국에 남겨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이주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노래한다. 반복되는 가사 “Donde voy, no lo sé”(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는 인간이 삶에서 마주하는 방향성의 상실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삶의 보편적 메시지를 던진다.
전시 개막 축가로 이 곡을 부른 가수 김난영의 통기타 연주는 전시 주제와 긴밀히 연결된 또 하나의 소리의 미술 작품으로 느껴졌다. 나는 그녀에게 “희망 고갈 시대에 희망을 주는 가장 적절한 멋진 선곡”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음악과 미술이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며, 전시 공간은 종합적인 감각의 교류로 확장되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공감’이라는 동아리 이름처럼 지역의 생활예술 작가들이 만들어낸 공감과 소통의 공간이었다. 특히 서선원 작가의 ‘봄의 향기’는 그 깊이와 아름다움으로 현장에서 고액의 매입 제안을 받을 만큼 높은 수준의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조숙행 작가의 ‘봄날의 산책’과 김난영 작가의 ‘시들지 않은 사랑’ 또한 감각적 표현 속에 삶의 온기를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예술적 위로를 선물했다. 작품들은 시민과 가족들에게 삶의 본질과 인간적 연결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 했다.
동아리 ‘갤러리 공감’은 평생학습 프로그램의 수료생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단체로, 예술적 소양과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병원을 경영하며 동해문화원 이사로 활동하는 서선원 원장의 헌신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회원들의 작업실을 무료로 제공하며, 동아리 회원들의 다양한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데 앞장섰다. 이는 개인의 헌신이 지역 예술 생태계에 어떻게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지역 예술계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거울이었다. 특히 동해라는 지역성이 예술로 표현되는 주제와 맞닿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수 김난영이 이날 축가로 부른 ‘Donde voy’가 상징적으로 제기한 삶의 방향성과 불확실성은 이번 전시의 주제인 ‘함께 가는 길’과도 깊이 맞닿아 있었다.
이번 회원전은 지역 생활예술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이 어떻게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며 삶의 의미를 확장할 수 있는지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예술과 인간, 그리고 지역의 공동체가 만들어가는 이 길 위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조차도 함께한다는 사실이야말로 가장 큰 위안이자 희망임을 깨닫는다.
이날 축사에서 오종식 동해문화원장은 “르네상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산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일어난 문화, 예술, 과학, 철학의 ‘문예 부흥 운동’을 예로 들면서 서선원 원장의 활발한 문화활동 지원은 지역의 생활 예술과 사회적 예술 대중화를 돕는 지역 문예 부흥의 사례가 아닐까?. “라고 축하의 말씀을 전했다.
지난 11월 김난영 회원 개인전을 비롯해 오는 2025년도 문형산, 이혜란 등 갤러리 공감 회원들의 지속적인 활동과 전시가 이어질 계획이다. 이 활동의 시간이 동해 지역 사회적 예술과 생활예술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을 확신한다. ‘갤러리 공감’ 회원들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생활 미술의 길은 “70이 넘어 작가로 데뷔해 세계적인 화가로 성장한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세계가 그들을 칭찬할 것이며 이들의 작품세계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