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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이연 Sep 10. 2024

시간을 넘나드는 매력과 도시미학...

‘작지만 큰 나라’ 홍콩의 양파 같은 매력 속으로...

사진 산책(in HONG KONG) 그 두 번째 이야기


홍콩 사진산책의 지난 이야기에 이어 두번째 이야기를 시각해 본다. 회사 일로 바쁘다보니 미루고 미루다 몇 달 만에 다시 글을 써본다. 일단 홍콩의 이모저모를 둘러보기 전에 홍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을 몇 자 적어본다. 홍콩은 영국으로부터 특별행정구로써 중국에 주권이 반환되었으나, 일국양제에 의거해 거의 모든 부분에서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과 다르게 독립적으로 굴러가는 도시국가 형태를 띠고 있다. 일국양제와 특별행정구 기본법에 따라 홍콩은 자본주의 경제, 정치체제이며 원칙상 중국 공산당은 홍콩 내정에 간섭할 수 없다. 실제로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등 정치를 비롯한 경제, 법률, 재정, 교육 등 대부분이 중국 본토와 분리되어 있다. 홍콩의 최고법은 헌법에 해당하는 홍콩 기본법으로 중국 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도시 경계도 중국 본토와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 간의 왕래에는 비자와 비슷한 통행증이 필요하며 출입국심사에 준하는 절차를 밟는데 이를 포함한 홍콩의 비자, 출입국 관련 모든 절차는 홍콩 입경사무처 담당이다.


우측 사진은 홍콩 지하철 표시다. 어디서든 안내 표지판이 쉽게 눈에 띈다.


또한 홍콩이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중국과는 별개로 올림픽 등의 대표팀도 별도로 가지고, 주요 국제기구에도 별도의 회원 자격으로 참가하는 등 비정치적 외교 분야에서 타 국가들과 직접 교류한다. 92%의 홍콩 인구를 차지하는 중국계 홍콩인들은 중국 국적이나 중국 본토의 국민에 해당하는 공민은 아니다. 홍콩이라는 국적은 존재하지 않지만 홍콩 영주권 제도와 홍콩 여권이 존재하고 중국계 홍콩인이 아니어도 홍콩 영주권이 있으면 홍콩인으로 인정받는다. 홍콩 여권을 가진 홍콩인은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중국 본토인과 다른 대우를 받는다. 또한, 영국령 홍콩 영사관을 전신으로 하는 홍콩경제무역사무소가 각국에 설치되어 있어서 홍콩인들이 해외에서 업무를 볼 때는 중국 대사관 대신 이곳으로 갈 수 있다.

     

빈부격차의 산물인 닭장 아파트...홍콩의 감성으로 둔갑

홍콩에 대한 두 번째 글을 쓰기에 앞서 홍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추가적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홍콩 여행 중 눈썰미가 있다면 눈치챘겠지만, 홍콩섬에선 주말만 되면 거리에서 모여 있는 수십만의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인 여성을 볼 수 있다. 특히 센트럴 역 주변에 엄청 많다. 그 이유는 필리핀인과 인도네시아인 여성들이 가정부로 홍콩에 많이 들어오는데 홍콩법 상 가정부를 고용하려면 가정부 방을 따로 제공해야 하며 휴가도 정기적으로 주어야 한다.  그러한 이유로 이들은 주말마다 휴가를 받는다. 홍콩의 특성상 집이 작아 친구끼리 놀 곳이 거리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거리로 나와 끼리끼리 어울려 놀게 된다. 유독 센트럴 역 주변에서 그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다.



다음으로 홍콩의 상징과도 같은 닭장 아파트다. 홍콩은 열악한 거주환경으로도 유명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행객들은 이를 두고 홍콩의 감성으로 여긴다. 여기엔 홍콩 면적 대비 거주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아 필연적으로 인구밀도가 높다는 까닭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시장경제가 활발한 지역으로, 법인세를 비롯해 매우 낮은 세율을 지녔는데 이는 홍콩이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거듭나는 데에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정부가 돈을 걷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홍콩 정부가 수입을 올리는 수단이 바로 토지 임대인데, 홍콩의 모든 토지는 정부 소유로 홍콩 정부는 토지의 장기 임대를 경매 붙임으로써 대부분의 수익을 얻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주택용으로 공급되는 토지가 매우 적은 실정이며, 이는 홍콩 전체 면적의 3.7%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경매로 지대(地代)가 매겨지는 방식은 자연히 홍콩의 집값이 세계 1위를 형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즉 홍콩의 부동산은 다른 국가들보다도 국내의 빈부격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홍콩의 빈부격차 및 비정상적으로 비싼 집값 때문에 적잖은 수의 저소득층들이 반 평도 되지 않는 비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사는 것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이루고 있다.


닭장 아파트라는 것은 정말 닭이 사는 공간처럼 비좁다는 뜻이다. 홍콩의 서민층은 대개 해외여행도 즐기고 필리핀인 가정부를 두며 식도락도 어느 정도 즐기는 등 주머니 형편이 괜찮은 편이지만 대륙 중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이주민들, 그리고 영국령 당시부터 이주해 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출신 3D 육체노동자들, 빈곤에 허덕이는 난민 출신의 독거노인들 때문에 빈부격차가 골칫거리이며 닭장 아파트는 다른 나라들의 빈민촌을 대신하는 일종의 쪽방이다.


독거노인들이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 그리고 대륙 중국에서 단신으로 건너온 이주민들이 이러한 빈곤에 많이 시달리며 구룡반도는 경제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이런 곳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노인들의 빈곤 문제가 꽤 심한 편이라 한국, 일본처럼 고독사가 홍콩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화려함, 역동성, 젊음이 가득한 거리

주변 어디를 둘러보아도 온통 고층 빌딩들로 가득하다. 전형적인 현대적 도시느낌이 물씬 풀기면서도 곳곳에는 구도심인 침사추이에서 느낄 수 있는 홍콩의 옛 감성 가득한 건물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대적 세련미 가득한 빌딩과 낡고 허름해 보이는 건물들의 조화가 전혀 낯설지가 않다. 아무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센트럴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다.

홍콩의 신시가지인 센트럴의 역동적인 풍경


화려한 도심 속을 종횡무진하는 빨간 택시들 또한 홍콩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그렇다. 뉴욕에 노란 택시가 있다면 홍콩에는 빨간 택시가 있다. 거리의 수많은 빨간색 택시들을 보고 있노라면 홍콩의 상징적인 색감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이 도시는 더욱 휘황찬란해진다. 고층 빌딩들과 온갖 매장들이 내뿜는 조명 빛과 네온사인은 그 분위기만으로도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며 주말이면 그 설렘과 흥분, 여행의 즐거움은 절정에 달한다.


옛 홍콩 느와르물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홍콩의 택시


주변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풍경과 수많은 사람들을 그저 바라만 봐도 재미있다. 침사추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지닌 센트럴은 여행객들뿐만 아니라 홍콩의 젊은 세대들도 많이 모이는 지역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동대문 쇼핑타운과 종로, 이태원과 강남의 역동성과 화려함을 합쳐놓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세련되고 가장 역동적이며 젊음이 가득한 곳이 바로 센트럴이다. 센트럴에는 여러 백화점들이 밀집해 있어 쇼핑하기에 제격이다. 또한 홍콩의 밤 문화(음주가무)를 제대로 즐기고자 한다면 센트럴의 중심에 위치한 란콰이펑을 반드시 가보길 바란다. 골목골목에는 세련된 느낌의 수많은 펍이 몰려 있어 밤이 되면 현지인들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여행 온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 분위기는 서울의 이태원과 매우 흡사하다. 홍콩의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 곳이지만 특히 젊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이곳 란콰이펑이 아닐까 생각된다.

'란콰이펑'은 서울의 청담동과도 같은 곳으로써 밤이 되면 홍콩 MZ세대들은 물론 전 세게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핫플레이스다.


     

트램 타고 즐기는 500원의 행복

홍콩여행 중 도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트램이다. 트램은 홍콩섬의 명물 교통수단으로써 복잡한 도심을 여유롭게 헤쳐 가는 2층 전차의 모습은 홍콩 여행의 시그니처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용 금액은 3 홍콩달러이며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5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고 정거장도 촘촘해 도심을 오가며 여행하기 딱 좋은 교통수단이다.


이렇듯 싸고 편한 교통수단 트램은 단지 교통수단의 기능을 넘어서 홍콩 여행의 한 테마로 여겨지기도 한다. 여행객들은 보통 호기심에 가볍게 몇 정거장만 타는데, 막상 타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특히 밤에 타는 트램은 홍콩의 화려한 나이트 투어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홍콩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트램을 꼭 타보기를 바란다.


여기에도 노하우가 있다. 되도록 트램 2층의 맨 앞자리를 사수하자. 이동하면서 눈앞에 보이는 야경과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게 되며 특급 투어가 따로 없다. 홍콩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트램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가는 ‘타임리프(time leap)’ 여행을 하는 기분이 절로 든다. 2층 맨 앞자리 좌석은 주변 풍경을 사진 찍기에도 그만이다. 그만큼 자리 경쟁도 치열하다.


홍콩섬을 가로지르는 지하철(MRT) 노선인 아일랜드선을 이용해 노선의 종점 격인 노스 포인트나 반대쪽 케네디타운 근처까지 가서 인근 정류장에서 탑승한다면 2층 맨 앞자리를 사수할 가능성이 높다. 아일랜드선은 쇼핑투어의 명소인 셩완(Sheung Wan 上環)을 지나 사이잉푼이나 홍콩대학, 케네디타운까지 운행한다. 이 세 역에서 트램 정류장 까지는 도보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꼭 이 방법을 써보길 바란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만족감을 얻게 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홍콩의 명물로 여겨져 온 수많은 네온사인들 중 상당수가 도시미관 정비 차원이라는 이유로 자취를 감췄다. 홍콩정부는 도시미관정비를 그 이유로 들지만 중국을 떠올리는 그러한 네온사인을 없앰으로써 중국 이미지 없애기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홍콩의 옛 감성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그러한 네온사인들이 대거 사라진 점은 여행객들의 입장에선 큰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센트럴에 숨은 곳곳의 보물들을 찾아라

화려했던 홍콩의 네온사인들이 대거 사라졌다면 센트럴의 관광 1번지인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에서 남은 아쉬움을 달래 보자. 영화 ‘중경삼림’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세계 최장 길이의 옥외 에스컬레이터로 등재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에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큰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다. 그 길이만 무려 1km에 달하니 직접 눈으로 보고서도 쉽사리 믿기지가 않는다.


홍콩 정부에서 건설한 교통 체계로, 홍콩 센트럴(中环, 중환)과 미드레벨(半山区, 반산구)을 잇는 다수의 에스컬레이터 및 무빙워크를 가리키는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는 센트럴 지역과 주변 거주 지역의 교통 체증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1987년에 제시되었다. 그 후 1993년 10월 15일에 개통되었다. 20개의 에스컬레이터와 3개의 무빙워크로 이루어져 있으며,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는 지상의 입구에서 해발 약 135m 지점까지 올라간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면서 좌우로 펼쳐진 홍콩의 옛 감성 가득한 건축물들을 맘껏 구경할 수 있으며 올라가는 도중에 빠져나가는 구간이 많아 걷거나 구경하고 싶은 길이 보이면 바로 내리면 된다.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는 구간 곳곳에는 여러 관광 명소와 유명 맛집들도 즐비하다. 이러한 이유로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는 홍콩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절대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장소다.


알록달록한 벽화와 세련미 가득한 카페들이 가득한 소호거리. 좌측 사진의 노란색 포르쉐 뒤로 보이는 휜 건물 1층엔 자덕들의 성지라 불리는 '라파'매장이 있다.


올라가는 길에 한국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소호거리가 있으며, 국내 관광객들에게는 벽화거리로도 매우 유명하다. 각종 SNS에 홍콩여행과 관련된 사진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진 명소다. 또한 이 구간에는 홍콩의 대표 음식인 완탕면으로 매우 유명한 ‘침차이키’가 있다.


침차이키의 완탕면과 소호 벽화거리


대체적으로 무난한 수준의 맛이지만 가끔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도 있다. 꼬들한 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면의 식감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무려 10년 이상 연속으로 미슐랭에 선정된 만큼 기본 맛은 보증하는 곳이다. 또한 합석의 문화에 익숙지 않은 국내 여행객들의 입장에서 낯선 사람들과 마주 보고 앉아 먹는 문화가 불편할 수도 있겠으나 이 또한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기에 즐겁게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식당 내부에는 현지인들도 있지만 한국 사람들이 참 많다. 식사를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오랜 세월 미슐랭에 선정된 인증패가 식당 내부에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는 명동의 명동교자에 가면 주변에 온톤 외국인들이 가득하고 정작 한국 사람들이 별로 없는 그런 상황이구나’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는 필자가 먹어본 애그타르트 중 최상급의 맛이다.


국내 여행객들 사이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베이크하우스’도 이곳에 있다. 베이크하우스의 시그니처는 단연 에그타르트이며, 필자가 지금껏 먹어본 모든 에그타르트 중에서도 최고의 맛이라 극찬하는 곳이기도 하다.

인기가 매우 높은 만큼 오전에 품절되는 경우도 있으니 감안하고 방문하길 바란다. 이곳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에 하단부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홍콩의 이태원이라 불리는 ‘란콰이펑’과의 거리도 가까워 센트럴 지역을 관광하기에 접근성도 좋은 곳이다.


홍콩이 쇼핑의 천국인 이유...‘코즈웨이베이에 반하다

이제 홍콩섬 침사추이에서의 쇼핑과는 그 결이 다른 홍콩 쇼핑의 성지 코즈웨이베이(Causeway Bay)에 대한 내용이다. 홍콩섬 북쪽의 상업지구인 코즈웨이베이는 쇼핑 인프라가 매우 잘 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지역이다. 지하철 MRT를 타고 코즈웨이베이 역에서 내리면 된다. 코즈웨이베이 자체가 워낙 넓은 지역을 일컫기 때문에 각자의 목적지에 맞게 잘 찾아가면 된다. 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소고 쇼핑몰이 위치한 곳이다.


서울의 동대문과도 흡사해 보이지만 다른 점은 다양한 하이엔드 브랜드도 매우 많다는 점이다. 또한 밤이 되면 매우 화려하고 수많은 관광객들로 넘쳐나 매우 역동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코즈웨이베이 D1&D2 출구로 나오면 앞에 파란색 간판이 맞이하는 곳이 바로 ‘소고’ 쇼핑몰이 있는 장소이며 홍콩 내 쇼핑몰들 중에서도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다음으로 코즈웨이베이 A 출구로 나가면 ‘타임스퀘어’가 나온다. 럭셔리한 브랜드와 하이엔드 브랜드 및 중저가 브랜드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코즈웨이베이 F2 출구로 나가면 다양한 잡화점들이 매력적인 ‘하이산 플레이스가’ 기다리고 있으며, 코즈웨이베이 F 출구로 나가면 만나는 ‘리 가든’ 쇼핑몰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가득한 곳이다. 총 3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이곳은 명품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또한 근거리의 패션워크의 경우 ‘Log-On’이라는 대형 잡화점이 인기가 많은 편이며, 건물 안에 푸드 스트리트가 있어 가볍게 끼니를 해결하기에 좋다. 언뜻 보면 주변에 쇼핑몰아 워낙 많아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만 알아두어도 코즈웨이베이에서의 쇼핑을 부족함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빅토리아 파크 역시 가볼 만한 곳으로 꼽힌다. 침사추이에 구룡공원이 있다면 코즈웨이베이에는 홍콩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원인 빅토리아파크가 있다. MTR을 타고 코즈웨이베이역 E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으며, 공원의 면적은 무려 19만㎡에 달한다. 공원의 이름은 영국의 빅토리아여왕 이름을 따서 지었다. 선박들이 태풍이나 강풍을 피하기 위한 ‘타이푼 셀터’가 있던 빅토리아 항의 일부였으나, 간척사업으로 매립하고 공원을 조성해 1957년 개장했다. 공원의 엄청난 부지 면적만큼 내부에 조성된 편의시설들도 다양하다.


스타의거리 강 맞은편 해양광장 풍경. 주변에는 또 하나의 명소인 대관람차가 있다.


축구장, 농구장, 테니스코트, 잔디 볼링장, 스케이트 링크, 조깅 트랙 등 다양한 운동시설과 100석 규모의 야외 공연장, 자갈보행로와 더불어 약 2만㎡의 잔디광장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점 등의 편의시설도 갖추어져 있으며, 정문 앞에는 홍콩중앙도서관(Hong Kong Central Library)도 있다.

빅토리아피크에서 내려다 본 홍콩의 백만불짜리 야경


사실 많은 여행객들이 빅토리아파크를 방문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공원 정상에서 보는 홍콩의 백만 불짜리 야경을 보기 위해서다. 물론 낮에 봐도 멋지지만 역시 야경을 따라잡을 순 없다. 올라가는 방법은 버스와 트램이 있는데, 트램의 경우 대기 줄이 매우 길다. 서울 남산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주차장에서부터 인산인해인 모습을 봤다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지옥 같은 웨이팅을 피하고 싶다면 버스로 이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빅토리아피크로 오르고 있는 트램

   

빅토리아피크에서 내려다 본 홍콩의 야경


홍콩 빈부격차의 상징이 유명 관광지로 변하다

마지막으로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홍콩의 심한 빈부격차로 인한 닭장 아파트의 슬픈 현실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관광요소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익청빌딩이다. 거대하고 낡은 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멀리서 봐도 그 포스에 압도당하고 만다.


국내 여행객들에게는 이미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ㄷ’자 형태의 이 건물은 ‘트랜스포머4’와 ‘쿵푸허슬’을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비좁은 땅덩어리와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생겨난 기형적인 주거형태로서 1층에는 상가가 형성되어 있고, 2층부터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영화 '트랜스포머' 촬영지로도 유명한 익청빌딩은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 홍콩을 대표하는 유명 관광명소가 되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주민들이 살고 있는 해당 건물 곳곳을 올려다보며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와중에 반대로 주민들은 그러한 여행객들을 내려다보며 구경한다는 것이다. 호화로운 주거지역이나 주거공간을 구경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겠지만, 그와 반대인 경우라는 실제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상당히 불쾌할 만도 하다.


하지만 지금껏 관광객들과 주민들과의 특별한 마찰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주민들도 그들이 사는 공간을 관광객들이 구경하고 사진 촬영하는 것을 큰 의미부여 없이 받아들이는 분이기다. 어찌 됐든 홍콩을 상징하는 요소들 중 하나인 닭장 아파트의 대명사격인 익청빌딩은 홍콩 여행에서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라 생각된다. 가는 방법도 간간하다. MTR 타이쿠(Tai Koo Station)역 B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다.



참고로 익청빌딩 주변을 보면 관광지와는 완전히 분리된 홍콩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는 온전한 거주지역임을 알 수 있다. 이 또한 나름대로의 볼거리라면 볼거리이다. 남들이 다 가는 지역을 비슷한 경로로 다닌다 해도 여행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며 다니면 의외의 재미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땅덩어리가 매우 좁은 나라이지만 그 좁은 공간 안에서 참으로 볼거리가 많고 먹거리가 많고 즐길거리가 많은 흥미로운 나라다.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홍콩으로 몰려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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