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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르헨 Apr 15. 2024

저는 고객센터에 다닙니다.

7.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면 봐줄게요.

센터의 업종별로 고객의 민원 사항은 천차만별이다.

민원에 따라 응대하능 매뉴얼은 정해져 있지만 모든 케이스를 정책 매뉴얼에 따라 처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초고속 인터넷이라는 용어가 어색하지 않았던 십몇년 즈음 통신사의 주된 클레임은 회선이 끊기는 것이었다. 천재지변이나  공사로 먹통이 되면 그야말로 고객센터는 아수라장이 된다. 모바일이 발달하고 인터넷의 속도가 어느정도 균일화된 요즘이라지만, 현질로 풀세팅한 게임캐릭터가 인터넷때문에 먹통이 되어 장례라도 치르게 될 양이면…

아… 상상 노노.


유통쪽의 클레임은 주로 “언제와요?”이다.

쿠팡과 대부분 익일 배송이 일상화 되었으나 그 와중에도 늦는 상품은 있으니, 언제와요와 환불문의 이 두가지는 가장 큰 클레임류의 하나.

익일 배송을 예상하여 새벽배송으로 캠핑 음식재료를 주문했는데,  기사님이 탑차에 잘못 실어서 다른 지역에 가 있었다던 이야기나 교환을 한 상품조차 출고가 잘못 되었더라 라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듣고있는 내가 모골이 송연해진다.


보험사의 클레임은 대부분  “왜 보상이 안되쥬?” 류인데, 약관에 있는 면책사항이 발생하거나 입원일등이 경과되었거나 아니면 가입한걸로 생각했지만 가입되지 않은 특약이거나 그런 경우가 많다. 보험을 가입하실땐 귀찮더라도 가입된 보장내용을 반드시 꼭 획인하시길.

암보험 가입된줄 알고 있었는데, 몇년전 필요없다고 대층 해지하고 나니 정작 중대암이 발생했는데 진단금 못받는 분들도 종종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클레임이 발생시 고객센터의 중대과실이 있는 사유라면 물론 충분히 사과를 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구제 방법을 찾는다.

드문 경우도, 잦은 경우도 아니지만 센터 직원 안내의 실수로 오안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과로 마무리되지 않는 고객들 중 센터장이 찾아와서 무릎 꿇으라는 분들이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대면에서야 화가 나면 무슨 이야기를 못하겠는가 싶다가도 고개숙이고 무릎꿇으세요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유쾌할리는 없지만, 책임자의 책임이 필요한 순간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선물을 사들고 고객을 두어번 정도 방문한 적이 있다.

막상 얼굴을 마주하면 유선으로 심하게 하셨던것 보다는 강도가 덜하지만 그래도 대면사과를 하러 가게 되면 긴장되는게 사실.

아직은 무릎을 직접 꿇어본적은 없지만...

누가 알겠는가.

이 일을 계속 하다보면 진짜 누군가에게 무릎 꿇어야 할 일이 생기게 될지도.


- 삶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삶은 의미를 갖는다.

(신일숙 作 '아르미안의 네딸들' 中)


언제나 예측불허인 곳,

나는 고객센터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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