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발휘의 환경
회사가 나를 고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끔, 특히 회사에서 별다른 업무 없이 시간이 흘러갈 때, 퇴근길에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면접에서 수십 번이나 떨어졌던 그때, 내가 이 회사에서 지금과 같은 위치를 가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물론 큰 회사는 아니다. 직원 수도 몇십 명에 불과하고, 아주 유명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다.
당시 개발 겸 프로젝트 팀장이었던 분은 개발과 기술에 집중하는 사람이었다. 회사는 현재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고, 두 명의 대표 중 한 명의 의견을 주로 반영하며, 지시를 받으면 그대로 수행하는 식의 업무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웹 PC와 웹 모바일을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었다. 나는 React를 공부하며 면접을 보러 다니던 중이었지만, 회사에서는 Vue를 원했다. 러닝 커브를 감수할 시간을 어느 정도 받은 후, 바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5분만 지각해도 팀장의 눈치를 봐야 했고, 일정 기간 안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야근은 필수였다. 탑-다운 형식으로 업무가 전달되는 환경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안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편의를 봐주기도 했고, 개발팀의 업무를 위해 팀장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도 했다. 아마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지금의 회사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자율성이었다. 몇 분 지각했다고 한 소리 듣는 자율성이 아니라, 우리의 업무에 대한 자율성 말이다. 대부분의 업무가 탑-다운 방식이다 보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느낌이 들지 않고, 마치 큰 기업에 다니는 듯한 업무 프로세스였다. 가끔은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일을 하면 회사에 어떤 이익이 생기는지도 모른 채 업무를 진행할 때도 있었다. 만약 회사 규모가 커서 더 깊이 있는 디테일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우리가 개발 업무에 더 집중하겠지만, 작은 규모에서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업무 전달 방식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함께 일한다는 것은 공유한다는 것이다.
팀장의 판단과 이를 따르는 팀원들 간에는 항상 이해와 납득이 중요하다. 새로 오신 분은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신다. 팀원들과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근하게 다가가고, 탑-다운 형식의 업무 프로세스가 아닌 모두의 생각과 의견을 듣고자 노력하신다. 개발 측면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안 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업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납득한 부분을 개발에 어떻게 반영할지 역시 매우 중요하기에, 대표님과 팀장의 대외비 사항이 아닌 한 모든 것을 공유하고 모든 의견을 수렴하려는 자세로 회사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있다.
팀장의 역할은 팀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팀 전체를 관리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모든 것을 공유하는 팀장이기에 팀원들도 서로 최대한 공유하면서, 내 프로젝트에 내 생각을 반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규모가 점차 커질 수도 있다. 인원이 더 많아진다고 해서 회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알 수 없지만, 모두의 의견을 함께 들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전공 업무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에 잘 적응하며, 내 생각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