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본 추석
추석이었다.
내 동생은 건축과를 나와서 아직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고, 곧 나이가 30을 바라보는 96년생이다. 친가 쪽 사촌 동생은 한 명뿐인데, 아직 어리다면 어린 21살이다.
오랜만에 만나 이래저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이제 꼰대가 될 나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는 고민이 생긴다.
내가 지금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대학교 때부터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니즈를 찾아, 내 이름을 걸고 실제로 상용화된 서비스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첫 직장에서 내가 만든 홈페이지가 실제로 상용화된 것이 신기해서 이 일을 계속했고, 지금 플랫폼 회사에 들어온 것도 바로 그 이유,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켜보고 싶어서였다.
대학교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아르바이트하기 바쁘고, 여자 만나기 바쁘고, 모임 나가기 바빴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예전에 했던 일들을 되새기며 모임에 나가보니 삶의 활력을 되찾고, 인생에 대한 철학과 목적이 점점 뚜렷해지는 느낌이 든다.
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자신의 철학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삶에 대한 관심과 의존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고민, 회사에 대한 고민, 삶에 대한 고민 대신 연예계 가십거리나 인플루언서의 외모 평가 등, 가볍게 웃고 넘길 이야기들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내가 꼰대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칸예 웨스트의 "Runaway"라는 곡에 반복되는 문장이 있다.
"Look at ya."
칸예가 내한 공연을 하고 난 뒤 종종 듣는 노래인데, 이 문장은 나 자신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하고, 남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남을 보기 이전에 나를 먼저 보자. 누가 나락을 가든, 누가 누구와 가십거리가 나든, 나와 그리 가까운 사람이 아닌 이상 그와 관계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내가 하는 일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나 스스로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추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