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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잘나가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이유

by 장서운

퇴사를 하고 나서 엄청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모 기업의 개발자들과 나와 비슷한 동질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 모 기업의 대표님이나 나와 같은 ADHD를 갖고도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 청춘삘딩에서 진행하는 청삘오피스에서 만난 사람들... 요 며칠 동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다.


요새 기업들이 어려워지니 취업의 문은 점점 좁아져만 가고, 남들보다 몇십 배는 더 노력해야 겨우 취업이 되는 시대가 되다 보니, 일을 쉬고 있는 나에게는 취업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더 잘 들릴 수밖에 없다.

이력서를 어떻게 써야 하고, 우리 회사는 이런 사람이 필요하며, 뭐 어쩌고 저쩌고... 참 중요한 얘기들이 많은데, 지금 항상 잘되고 있는 사람들, 여유가 있는 사람들, 뭔가 하나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왜?

라는 단어, 그 한 음절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ADHD인 나로서는 사실 이해는커녕, 납득조차 어려운 말이다.

항상 주어진 일에 충실하기만 했던 나는 군대식 사고방식, 즉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냥 “시키니까 해야지”라는 무자비한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입력과 동시에 출력이 이뤄지는 건, 어쩌면 ADHD에게 익숙한 행동 패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들은,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그 질문을 정말 잘 찾고, 그에 대한 답을 행동으로 옮긴다.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왜’**라는 질문에 대답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시키면 하는 교육 과정이었고, 그저 돈을 벌려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면, 어떻게든 이 험한 사회를 살아가려면 무한동력처럼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대학교 때까지도, 20대 중반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취업을 해야 하고, 일을 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니까 움직이고 행동했던 나에게, 최근 항해99라는 부트캠프를 하면서 여러 시니어 개발자들을 만나고, 스타트업 대표도 만나보고, 내 이력서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아보는 경험은 꽤 낯설고도 강렬한 자극이었다.

그제야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때 왜 그 프로젝트를 했었고, 왜 그 회사에 지원했었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던 걸까?

뒤죽박죽인 삶에서 이 ‘왜’라는 물음에 답을 찾아가지 않는다면,
언젠가 나는 무한동력이 아니기에 멈춰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 말을 또박또박 하고, 분명한 목표가 있고,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에겐 공통적으로 ‘왜’라는 물음표가 늘 따라붙어 있다는 걸 강하게 느꼈다.

그 질문을 놓지 않다 보면, 결국엔 명확한 근거가 생기고, 그 근거는 다시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아버린 것 같다.

지금 나는 아직 개발자를 꿈꾸고 있다.

언젠가 이 직업을 떠날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
왜?
한 번이라도 누군가가 직접 사용해본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품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 또한, 결국 수많은 **‘왜’**라는 물음에 답해가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30평생 **‘왜’**라는 질문을 그 누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던져본 적 없는 나는
이제야 그 질문을 나에게 해보려 하고 있다.

만약 이 질문을 찾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내가 스스로 작동을 멈추고
가만히 구석에 놓인 고장 난 청소기처럼 움츠러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제 30대 초반이 지나가는 중에,
뒤늦게 떠오른 **‘왜’**라는 질문.

언젠가 나는 이 질문에 끝까지 집중해서,
진심으로 답을 찾아가보려 애썼던 사람이 되어 있을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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