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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개척자여도 괜찮다

어쨌거나, 맨유

by 웅숭깊은 라쌤

당신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개척자여도 괜찮다

-엘라 툰, 여자 축구 전성시대를 이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남자팀은 막대한 투자를 등에 업고도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팬들의 속을 뒤집곤 하지만, 여자팀은 그렇지 않다. 2024년 5월, 웸블리에서 열린 우먼스 FA컵 결승에서 토트넘을 4대0으로 꺾고 2018년 창단 이후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며 이후 Barclays WSL이라 불리는 잉글랜드 여자 축구 리그에서도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를 4대2로 격파하는 등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엘라 툰이라는 축구 영웅이 있다.

1999년 영국 틸데슬리 지역에서 태어난 엘라 툰은 8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소년 아카데미에 입단했다. 체조 선수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각종 체조 대회를 석권했지만, 엘라는 언제나 마음속에 축구만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엘라가 아끼고 사랑한 팀은 언제나 맨유! 어릴 적 맨유 팬인 사촌과 함께 경기를 시청하며 그 마음을 키웠던 엘라는 자신의 드림 클럽의 선수가 되지만, 안타깝게도 맨유엔 정식 프로팀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블랙번 로버스, 맨시티 선수로 활동하지만 다행히 201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여성 프로팀이 창단되었고 엘라는 기다렸다는 듯 팀으로 돌아왔다. 이후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맨유를 이끌고 있다. 물론 1992년 창단되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지소연 선수가 활동하기도 했던 첼시 FC 위민이 여전히 영국 여자 축구 리그 최강팀이지만, 엘라의 활약으로 이제 거의 다 따라잡았다. 기다려라, 첼시! 클럽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특히나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2022년 잉글랜드의 유로 우승, 2023년 여자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핵심 멤버였다. 심지어 여자 축구 대표팀 최초의 해트트릭 기록자이기도 하다.

31. 엘라툰(사진).png 엘라 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웹사이트 갈무리.


이미 세계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축구에 대한 열정을 꺼뜨리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해 훈련하며 팀을 위해 공헌하고 있는 엘라. 그런데, 그뿐이 아니다. 그녀는 여전히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지만 사회 공헌을 위해서도 늘 앞장서고 있다. 그녀의 이름과 등번호 7번을 조합하여 만든 ET7 아카데미. 이곳은 축구 꿈나무 소녀들을 위한 교육 환경이 조성된 곳이다. 전문 코치들이 함께하며 여성 축구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는 최상의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여성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이만큼 개방적이지는 못하지만, 영국에서는 ET7 아카데미에 합류하고자 하는 어린 소녀들이 줄을 설 지경이라고 한다. 수요는 넘치지만 그만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꿈을 포기하는 소녀들을 위한 엘라의 열망이 담긴 곳이라 할 수 있다.


“I always wanted to start my own academy to give girls a chance of fulfilling their dreams. ET7 is me giving back to my local community, a place to help develop young girls both on and off the pitch.”

“저는 항상 여학생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제 아카데미를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ET7은 경기장 안팎에서 어린 소녀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것입니다.”


엘라에게 주목해야 할 이유는 그녀가 여성이어서, 혹은 여전히 나이가 어려서만이 아니다. 그녀는, 개척자이다! 여자 축구 시대를 연 장본인은 아니지만, 개척자라는 말에는 ‘거친 땅을 일구어 쓸모 있는 땅으로 만드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다. 척박한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기에, 충분히 그러한 칭호를 붙여도 될 듯하다.

축구 아니 스포츠 분야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빛이 철저히 차단된 어둠 속에 놓인 수많은 이가 존재한다.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데에는 특별한 자격이 있지 않다. 나이도, 성별도, 재산도 다 의미 없다. 우린,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정도의 무언가를 통해 세상의 모든 땅을 쓸모 있는 땅으로 만드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엘라에게 주목하자는 것이다. 하나둘 작은 마음이 모일 수만 있다면 개척자 중 한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이 될 테니까.


어쨌거나, 맨유엔 이토록 수많은 영웅이 존재한다. 내가 맨유에 열광하는 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이러한 맨유의 위대함이 전해지길 바란다. 맨유를 사랑하면 이 세계 전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솟아난다는 걸, 당신도 알게 되길!

18. 엘라 툰.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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