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피 Feb 20. 2024

손님에게 내어주는 차 한잔

아주 작은 매체의 에디터가 살아가는 방식

내가 몸을 담고 있는 매체는 외부 필진들의 힘을 빌려 돌아간다. 나 역시 번번이 글을 쓰고 있지만, 광고 대응 및 온드미디어 운영 업무가 있다 보니 자체 콘텐츠에 온전히 집중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좋은 작가분들을 모셔오는 것이 운영의 최선인데, 현실이 녹록지 않다. 예산이 빵빵한 매체도 아니고. 



이런 와중에도 간간히 좋은 작가분들을 찾게 된다면 여지없이 섭외 메일을 먼저 보내게 된다. 작가님의 글을 읽고 영감을 받았다고, 업무에 실제 적용했다고. 원고료를 빵빵히 줄 수 있는, 엄청난 기업을 등에 업고 있는 에디터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매번 제안 메일을 보낼 때면 괜스레 내가 민망해지기도 한다. 온전히 나의 매체라면 나는 얼마여도 줄텐데! 심술이 났다가 이내 필진의 수를 보고 그 오만한 생각을 접곤 한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무턱대고 무지성 제안을 던지기 전, 그분의 글은 모두 읽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문성이 담기지 않은, 일상을 털어놓으시는 글이어도 본다. (도서를 출판한 분이라면 업무시간으로 인해 완독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후기라도 다 검색한다) 링크를 남겨주셨다면 다른 소셜미디어에도 들어가 탐색한다. 작가남은 어떤 분이고 앞으로 어떤 활동을 지향하시는지 되새겨본다. 그렇게 커뮤니케이션 하기 전, 최소 1-2시간가량을 온전히 그분에게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 행동이 상당히 변태 같아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작가들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만큼 느끼는 것이 배가 된다. 일기를 자주 적는 작가분이 시라면 늘어놓은 사담을 통해 이런 하루가 있으셨구나 공감도 하게 된다. 마치 인기 아이돌 가수를 팬질하는 것처럼. 대충 팔로워가 많다면 똑같은 템플릿으로 섭외 메일을 보낼 수 있겠다만, 그건 의미 없는 전단지를 돌리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내세울 게 없는 약소한 매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무의미한 행위이며 동시에 작가에게 성의 없는 연락이라고 생각하게 되기에 무조건적으로 지양한다. 



빵빵한 원고료를 드릴 수는 없지만. 이메일로 소통하는 서먹한 사이지만, 탐색했던 시간으로 우려낸 차 한잔을 내어드린다. 어떤 글을 써오신 걸 알고 있으며 어떤 하루를 겪으셨던 것을 안다. 앞으로의 협업이 작가님과 이런 방향에서 시너지가 날 것 같다. 당돌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진행 여부를 떠나 멀리에서나 작가님을 응원한다고. 




그럼 드문드문 이런 따듯한 답변을 받게 되는 날이 온다!




작가의 이전글 쓴 맛의 가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