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20대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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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활 이후 대학교 합격 발표를 조마조마하게 확인하던 순간, 늦은 시각 부모님의 원성에 못 이겨 막차를 타고 집을 가던 순간, 이제는 최저시급도 못 될 첫 월급을 받던 순간, 번복되는 진로 문제에 퇴사를 도피처로 삼았던 순간, 행복한 데이트를 즐기고도 어쨌든 이별 후 다음 계절을 맞이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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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기억력이 좋지 않은데 굳이 굳이 기억을 쥐어짜보니 찌질한 날들이 더 많다. 여기는 인스타그램이지만 포장할 것 없이 실제의 나는 그랬다. 아마 그날의 나는 이미 내린 결정에 후회한 적도 있었고 더 빠르게 판단하지 못한 것에 자책을 한 날도 있었다. (돌이켜봐도 여전히 통쾌한 날도 더러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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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위로되는 것은 어쨌든 지난 세월이기 때문에 쓴 맛은 덜하다는 점. 일일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처럼 과거의 나를 가볍게 씹어볼 수 있다. 돌아가 등짝을 때릴 순 없겠으나 우러나온 것들을 발판 삼아 앞으로를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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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과는 별개이기에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찌질한 순간들은 찾아올 수 있다. 이따금씩 엄마마저 집에 돌아와 오늘 하루의 창피한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것을 보면 평생 있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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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으로 다가온 24년이 내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얼마나 찌질한 순간들이 또 찾아오게 될까? 벌써 심장 박동수가 올라간다. 두려움에서인지 두근거림에서 오는 것인지는 구별이 어렵지만,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