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키 Jun 15. 2024

손님을 대하는 말투가 재방문을 결정한다

태도에 관해서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예전에 커피가 맛있어서 가끔씩 생각나면 방문하던 카페가 있었다. 사장님은 소극적이라 별다른 말을 나누진 않았다. 어느날에 스페셜티 커피를 주문했는데, 무언가 커피에서 나면 안 되는 맛이 느껴지는 것이다. 향으로 따지면 흙이나 마른 풀 같은 냄새였다. 센서리적으로 말한다면 결함이 있는 원두가 섞인 맛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손님의 입으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 맛이었다. 사장님께 이상한 맛이 난다며 커피를 건넸다. 여기서 사장님의 답변은 맛을 보신 뒤, "죄송합니다. 다른게 섞여 들어간 거 같습니다. 다시 해드릴게요."라고 말씀하셨는데, 손님인 나는 의아했다. 사과도 하셨고 이유도 말씀하셨으나, 무언가 가슴 한 켠에 알 수 없는 물음표가 생겼다. 그 물음표는 결국 그 카페를 더이상 가게 하지 않았고, 이 이야기를 커피 학원에 다니면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카페 사장님의 태도가 신뢰를 잃게 만들어서 가고싶지 않았던게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의 대처법은 이랬다. "손님의 취향에는 맞지 않으셨나보군요, 다른 원두를 추천해드릴까요?"라며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나는 지금 생각해도 이 말도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먹은 원두가 정말 결함이 있었다면, 그 스페셜티 커피는 원래 다른 맛이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고 사장님의 직접적인 결함이 있다는 말, 정확히는 "다른 게 섞여 들어갔다"는 말이 나의 마음을 찝찝하게 만들었다.


내가 먹은 게 음식이 맞는지, 섞여 들어갔다면 무엇이 들어간건지, 차라리 살짝 로스팅이 강하게 된 원두가 많이 들어갔다고 해줬다면 이렇게 불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말을 했었어야 정답인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너무 솔직해서도, 너무 가식적이지도 않아야하는 태도가 정말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태도의 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처음 손님을 맞이하는 인사, 표정, 제스처. 모든 게 재방문을 결정한다. 내가 너무 깐깐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가게를 열고 돈을 받고 당신의 가게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그 장소를 빌린 사람도 매너있는 태도를 유지해야하나, 장소를 빌려준 사람도 빌린 사람에게 좋은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의 시간은 유한하다. 유한한 시간을 돈을 지불하고 보낸다면 내가 할수 있는 한, 최상의 경험을 손님에게 시켜줘야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최상의 경험은 호텔 서비스처럼 완벽하고, 절도있으며, 완벽함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저 "마음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를 말한다. 쏘아 붙이지 않는 말투, 재촉하는 손짓, 손님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지 않는 태도가 없는 것 말이다.


하지만 뭐든 중간이 어렵듯, 부담스럽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하는 서비스는 언제나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만큼 지킨다면 그만큼 좋은 가게는 또 없다는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음료에서 싸구려 맛이 났던 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