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지도사 인터뷰 질문의 답을 글로 정리해 봤다.
지난여름 코로나 이후에 오랜만에 여름캠프를 진행했다. 오랜만에 진행하는 여름캠프라 설레면서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다행히 청소년지도사 실습으로 함께해 주는 선생님과 오랫동안 같이 활동을 해왔던 대학생들이 함께해 줘서 즐겁게 보내고 왔다. 겨울에 실습생이 청소년지도사와 관련돼서 인터뷰를 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질문에 대한 답을 작성해 봤다.
안녕하세요.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이하 공터)에서 청소년들과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는 마블입니다.
공터에서 올해로 6년째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놀이, 진로,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협동놀이를 통해 마을에 건강한 놀이문화를 확산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고 어린이 그룹, 청소년 그룹, 청년 그룹, 성인 그룹들과 함께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생산자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청소년이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기획하는 청소년협동조합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평생교육프로그램과 청소년지도사, 노원구 청소년 연합축제 소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터는 도서관과 청소년문화의집이 공존하는 기관입니다. 청소년기관이 도서관과 같이 운영될 때 큰 장점을 가지게 됩니다. 청소년센터만 있었다면 청소년들만 이용하는 시설로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면 청소년들이 학교 가는 시간에는 텅 빈 센터만 남는 공간으로 남게 됩니다. 청소년센터와 도서관이 함께 있어 지역주민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손잡고 도서관에 놀러 왔던 어린이가 청소년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됩니다. 청소년활동을 경험한 이들이 청년이 돼서도 관계를 가지고 센터를 찾아옵니다. 생애 전반에 걸쳐 지역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큰 특징이며 장점입니다. 그리고 활동의 아이디어를 책에서 많이 얻기도 합니다. 도서관의 책들을 활용해서 나의 문제의식을 도출하고 지역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활동으로 연결하기도 합니다.
저는 시골 출신이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마을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네 어딜 돌아다녀도 ‘누구 집 아들 000’으로 불리는 아이였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런 점이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를 도와주고 기억해 줄 사람이 마을에 있다는 것에 소속감과 안전감을 느끼기도 했던 거 같습니다.
서울에서는 청소년들이 지역성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은 꿈입니다. 잦은 이사로 학교를 옮겨 다녀야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곳이 내 고장이라는 경계가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잘 알게 된다면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활용 할 수 있는 곳들이 아주 많다는 걸 인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역의 도서관을 알게 되면 필요한 책을 쉽게 빌려 볼 수 있고 도서관의 시스템에 대해 이해하면 대출반납, 상호대차 등 도서관을 활용한 학습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지역의 어르신복지관을 알게 되면 지역의 의미 있는 봉사를 하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지역사회를 즐겁게 만나면 그래도 우리 마을이 살만한 공간이라 는 걸 인식하게 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살만한 곳이라고 느끼게 되면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깁니다. 청소년들에게 지역사회가 필요하고 지역사회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터는 마을의 우물터와 같은 공간입니다. 옛 우물터와 같이 사람들이 모이고 수다 떨며 작당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공터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일반 청소년문화의집은 청소년들의 전용 공간이라는 틀에 박혀 있지만 공터는 도서관이 결합되어 조금 더 유연한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공터는 지역에 있는 꿈마을공동체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는 일들을 궁리합니다. 1월에는 마을을 걸으며 지역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같이 떡국을 나눠 먹습니다. 올해는 쌀을 모아 가래떡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5월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와글와글 마을축제가 열립니다. 어린이들은 벼룩장터에 모여 자신의 물건을 판매하기도 다른 친구들의 물건을 구입하면서 경제교육과 되살림에 대해 자연스럽게 터득합니다. 9월에는 청소년축제를 진행합니다.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마을주민 누구나 참여해 청소년들을 응원하고 즐기는 장을 만듭니다. 이처럼 공터는 청소년들과 함께 지역에서 큰 변화들을 이끌어내고 도전해 보는 경험을 합니다.
작년에 마을 협동조합에서 혁신사업으로 마을형 진로체험을 의뢰받고 진행했습니다. ‘우리 동네 잡 스토리’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는데요. 마을에 손재주가 좋은 전문가와 단체 기관들과 협업해 진로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1회기는 마을을 돌며 우리 마을에 어떤 공간과 어떤 일들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고 본인이 해보고 싶은 경험의 일터에 이력서를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2회기는 직접 일터에서 일 경험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역사회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청소년에 대한 애정이 넘치고 청소년의 성장을 돕고 싶은 마을주민들이 함께해서 가능했던 프로그램이라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참여했던 친구들이 청소년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돼서 자치활동단으로 만나기도 하고 있습니다. 저번 주에는 동네에 프리마켓이 열렸는데 같이 참여했던 청소년이 우동사 잡스에 마을 강사로 만났던 분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 나누는 모습을 보고 ‘아~ 이런 게 지역의 힘이겠다. 내 주변에 누가 사는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랑 오랜 시간 청소년활동을 하다가 성인이 된 청년이 있습니다. 자치활동단을 같이 이끌어가면서 이것저것 재미있게 보냈던 청소년이었습니다. 작년에 구청에서 마을에서 청소년활동을 경험했던 내용을 서울시교육감 앞에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활동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청소년지도사로 일하다 보면 ‘이 길이 맞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 확신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즘 청소년센터에서 하는 활동을 학교에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4년부터는 입시과정에서 자기소개서도 없어지게 됩니다. 청소년활동을 잘 정리해 본인의 경험으로 기록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지게 됩니다. 이 활동을 통해 대학에 갈건 아니지만 이 활동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활동으로 기록될 수 없다는 것이 어렵습니다. 청소년들은 더욱더 청소년활동을 부수적으로 생각할 거고 우리는 학교생활에 밀리는 청소년 활동을 보고 있으면 힘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청소년활동이 청소년들에게 가치 있게 기록되는 시스템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