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블 Feb 14. 2023

골목대장김모카_서울 상경

홍성에서 온골목대장김모카씨

애기 모카사진

 모카는 2020년 6월 17일 홍성에서 태어났다. 시고르자브르종으로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 어렸을때 모카 사진을 보면 진짜 심장이 아프다. 너무 귀엽고 작고 소중한 모습에 반한 엄마는 강아지를 분양한다는 포스터를 보자마자 모카를 데리고 왔다. 


  애기 모카는 어렸을 때부터 미모가 타고났다. 애기 웰시코기 같은 외모에 사람을 얼마나 잘 따르는지 처음 본 사람들에게도 달려들어 애교를 부렸다.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강아지 때 시절이 가끔은 그립다... 

  하루는 홍성 집에서 모카와 산책을 하던 중 열심히 뛰어다니던 모카가 또랑을 호기롭게 뛰다가 떨어진 적이 있었다. 진짜 만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구덩이에 빠져 멀뚱멀뚱 쳐다보는 모카를 사진으로 담았다. 영상으로 못찍은게 너무 아쉽다. 사진을 보자면 심장이 아플 것이다. 

 모카는 2021년 8월에 서울로 올라왔다. 대부분의 시골 개들이 그렇듯이 접종은 물론이고 심장사상충 에 대한 대비도 못했다. 동네를 이곳저곳 누비며 살았다. 그동안 차에 치이거나 야생 동물에게 공격 당하지 않은게 다행이다. 

  부모님과 통화를 하던 중 요즘 모카가 피부병을 앓고 있어서 너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병원에 제발 데리고 가라 말해도 부모님은 가지 않으려고 했다.(옛날에 키우던 강아지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치료비가 많이 나왔던 경험 때문...) 어머니 생신 겸 홍성에 내려가는 김에 병원에 데리고 갔다. 


 병원에 간 김에 사상충 검사도 했다. 결과는 양성이었다... 설마 했는데 진짜 양성이라니.. 군대에 있을때 부대에 군견병이 있었다. 군견병 선임이랑 같은 생활관을 사용해서 친했다. 종종 작업일을 빼주고 견사에 데리고 가서 쉬게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군견에 대한 추억이 있다. 당시만 해도 심장사상충은 치료할 수 없는 병이었는데 요즘 치료제가 나와서 가능하다고 한다. 치료받고 좋아진 케이스도 많다고 했다. 많이 알아보고 가긴 했는데 순간 양성이라는 말에 정말 머리가 멍해졌다. 다짜고짜 수의사가 치료해야 한다며 강압적으로 이야기 했다. 치료해야 한다며 치료 일정과 약을 처방해줬다. 얼떨결에 19만 원이라는 돈을 결제했다. 기분이 많이 나빴다. 호구가 된 기분이었다. 기본적으로 처방하기 전에 얼마가 나올지 미리 이야기해주는 게 정답 아닌가?(동물병원 정찰제 필요하다) 그렇게 우울하게 병원을 나왔다. 


  엄마는 150만원 이상 든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포기했다. 이건 아닌 거 같다며 치료 하지 말자고 했다. 시골 개는 그렇게 살다 가는 거라고 하시기도 했다. 나도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했다. 150만 원이면 내 급여의 거의 대부분이다. 위 소식을 들은 애인이 마음을 다 잡아줬다. 같이 해보자 독려해 줘서 모카가 우리 집에 와서 잘 치료받게 되었다.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목숨 값이라 생각하면 내가 조금더 절약해서 낼 수 있는 돈이다. 왜 고민을 했을까 부끄럽다. 


  모카와 같이 살며 내 생활은 많이 바뀌었다. 멀리 여행도 못 가고 길게 집을 비우지도 못한다. 자차를 구입하고 이곳저곳 여행가기 바빴는데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치료가 끝나면 어디든 모카랑 같이 놀러 가자는 생각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여행이 너무 가고 싶다. 그런 날이 오길... 


  모카와 살면서 하루에도 내 기분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갈수록 분리불안이 심해진다. 설치해둔 캠으로 보면 내가 출근하자마자 30분~1시간은 하울링과 짖기를 반복한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방음이 잘 되지 않는다. 이웃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는 거 같아 괴로울 때가 많다. 혼자 있는 게 싫고 외롭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지... 하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천사가 따로 없다. 


모카가 온 지 두 달이 다돼간다 피부병은 거의 다 나아서 지금은 아주 예쁘다. 미용도 잘 받아서 미견이다. 두 번이나 이불에 똥을 쌌지만 지금은 패드에 대소변도 잘 가린다. (내가 집에 없을 때만 대소변을 한다) 많이 훈육하다 보니 나를 좋아 하지만 무서워한다. 가끔 내가 너무 다그치나 싶다가도 우리 집에 같이 살기 위해서는 서로의 규칙을 잘 치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절대 안정에 산책도 금지라서 더 답답할 텐데 얼른 치료하고 산책도 여행도 자유롭게 하고 맨날맨날 같이 놀고 싶다. 


골목대장 김모카 이야기_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