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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Jan 10. 2022

행복이 별건가요?

그대, 오늘도 안녕하셨나요?

동네 종종 들리는 아담한 카페가 있다.

특별할 게 없는 카페는 외관에 작은 창이 하나 있다.

그 창으로 메뉴를 주문할 수 있어 테이크아웃을 할 때면 카페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창을 통해 주문한 커피를 받아 오곤 한다.

그날도 달달한 바닐라라테가 생각나서 카페를 찾았다. 라테를 주문하는 순간 창가 가장자리에 얌전하게 놓인 꽃병이 눈에 들어왔다. 국화가 꽂힌 꽃병이다. 국화꽃이 화려하고 예뻐서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분명 아니다.     


이 꽃병이 왜 여기에 있지!     


나는 가끔 알 수 없는 호기심이 발동할 때가 있다. 보편적 시선에서 낯설게 보여지는 것에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새로운 반응에 대해 살피고 스스로 이해될 때까지 생각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사장님은 왜 꽃병을 창밖으로 두었을까!’  

   

인간은 소중하고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보면 본능적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주인 없는 야생화만 보더라도 꺾어가려고 하는 마음이 일러 날 때가 있다. 많은 것을 가지고도 더 가지려고 남의 것을 탐하는 사람들도 가끔 보게 된다. 나 역시 꽃을 가족들이 식사하는 식탁이나 거실 테이블에 올려 두고 가족들과 우리 집을 방문한 손님을 위해 준비해 둔다.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타인을 위해 선뜻 무언가를 내놓는 모습은 쉽지 않다.



우연히 길을 지나다 이쁘게 꽂혀 있는 꽃을 보게 된다면 어떤 이에게는 뜻하지 않는 작은 기쁨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내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만을 위함이 아닌 불특정 다수와 그 창문을 통해 커피를 주문하는 손님까지 염두에 두고 꽃병을 흔쾌히 내놓은 사장님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이 일었다.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어느 날 누군가의 쁜 마음 씀씀이로 인해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지루한 일상이 감사함에 새롭게 다가오는 하루가 되기에 충분하다.

     



며칠 후 다시 동네 카페를 찾았다.

주문한 커피를 받아 돌아서는 순간 ‘그대, 오늘도 안녕하셨나요?’라는 글귀가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금세 얼굴에 미소가 번지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돌아설 수 있었다.



소국 한송이를 드로잉 했다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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