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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Nov 17. 2023

금쪽이

아홉 살 아이의 가을(2023.09-2023.11)




아이의 반에 금쪽이가 있다.


1학기 학부모 공개수업부터 눈에 띄는 행동을 하더니 2학기가 되면서 부쩍 과격한 행동이 늘었다. 내가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같은 반 엄마들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그랬다. 금쪽이가 다른 친구들을 때린다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옆에 있는 아이를 무작정 때리고 물건도 집어던지고 제지하는 선생님을 할퀴고 발길질을 한다고. 담임 선생님도 어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이에게 전할 것이 있어 교실까지 갔던 한 엄마는 복도에 주저앉아 울며 떼쓰는 금쪽이를 보았다고 했다. 상담 선생님, 교감 선생님, 옆반 선생님까지 달려와 금쪽이를 보고 있다고.


도서회 활동으로 책을 읽어 줄 때 금쪽이를 본 적이 있다. 사실 금쪽이는 매주 빠지지 않고 도서회에 오는 개근생이었다. 그때 금쪽이는 얌전해 보였다. 조용히 학부모들이 읽어주는 책을 들었다. 독후 활동을 할 때 같이 하자고 말하면 콧방귀를 뀌긴 했지만, 교실에서 금쪽이의 행동이 그 정도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 금쪽이가 내 아이를 때린다는 말을 들었다. 아이에게 몇 번 “너도 맞은 적 있니?”라고 물었을 때 아이는 항상 고개를 저었다.

“다른 아이들은 한 번씩 다 맞아봤다는데 너는 한 번도 없었어?"

“나는 그 애가 뭘 말해도 아무 말도 안 하거든. 그래서 나는 안 때려."

이 말을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최근 같은 반 엄마는 내 아이가, 금쪽에게 자주 맞는 그룹 중 한 명이라고 했다. 오늘도 맞았다고. 아이는 괜찮냐고 오히려 내게 물었다.


“정말 한 번도 안 맞았어? 엄마가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솔직하게 말해봐.”

"맞았어."

“그동안 왜 말 안 했어? 혹시 부끄러워서?”

“응, 부끄러워서.”

“맞은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때리는 게 부끄러운 거지. 앞으로는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해줘.”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앞으로 그 애가 때리면 어떻게 하라고 해야 할지 확신이 안 섰다. 다른 엄마의 말에 따르면, 하지 말라고 해도 때리고, 선생님에게 알려도 때린다고 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고. 아이가 나는 그냥 그 아이를 피하라고 얘기했다. 멀리 도망치라고. 초등학교 2학년 때리면 얼마나 때리는가 싶지만, 내 아이도 그 아이가 때리는 게 아프지 않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 반복에 마음이 쓰였다. 누군가 상처를 받을 테니까. 

“그 애가 때렸을 때 네 기분이 어땠어?”

“속상했어.”

”네 마음이 편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걔를 죽일 거야. 내가 해적이 돼서 목을 잘라버릴 거야.”

“너는 해적이 아니잖아.”

“걔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했으면 좋겠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선생님에게 알려야 한다는 말도, 차라리 너도 때리라는 말도. 대신 우리는 피하는 방법을 찾았다. 쉬는 시간에도 선생님 바로 옆에 있으라고, 절대 선생님 곁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그런데 이게 맞는 걸까? 여전히 모르겠다. 


나는 금쪽에 대해 아는 바가 아무것도 없었다. 언젠가 아이를 통해 "선생님이 그 애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서, 제발 병원에 가라고 그랬대. 그래서 그 엄마가 울었대."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하교하는 금쪽이를 가끔 마주친다. 금쪽이는 늘 혼자였다. 목에 건 핸드폰을 두 손에 쥔 채,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길을 걷곤 했다. 며칠 전에는 건널목에 서 있는 금쪽이를 보았다. 나는 자동차 안에서 좌회전 신호등을, 그 아이는 초록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금쪽이는 잠깐 기다리는 중에도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내 아이만 한 키에, 어깨가 굽어 보였다. 나는 순간 막막해졌다.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솔직히 나는 안타까웠다. 


학교에서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학교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인 친구가 말했다. 금쪽이들을 봐줄 인력이 없다고. 선생님들은 아무것도 못한다고. 거기에 학부모가 협조를 하지 않으면 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앞으로 이 아이는 어떻게 자랄까.
이런 식으로 내버려 둬도 괜찮을까.
나는 내 아이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
여전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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