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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Mar 15. 2024

일론 머스크 Elon Musk

written by 월터 아이작슨 




이 책을 읽은 건 일론 머스크가 자폐 스펙트럼에 속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테슬라나 스페이스 X, 솔라시티 등 그가 이룬 사업적 업적에 나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단지 아스퍼거 증후군의 삶이 보고 싶었다. 현재 진행 중인 그의 삶이. 700페이지가 넘는 긴 분량을 고려하면,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는 않다. 그가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는지 그렇지 않은 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쓰여있다. 


“어렸을 때 실제로 그런 진단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어머니의 말이다. “하지만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그 말이 맞겠지요.” P32 


이 책은 일론 머스크를 중심으로 부모는 물론 조부모 그리고 사촌 형제들까지 아우르는 성장 과정을 담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변덕스럽고 파괴적인 아버지 밑에서 온갖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폭력에 시달리던 일론 머스크. 그는 미국에 온 뒤 집투를 시작으로 페이팔과 테슬라, 스페이스 X, 트위터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숨 쉴 틈 없이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을 자처해 고난을 당하거나 반대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을 벌이고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일론 머스크의 태도는 일부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자기 중심성. 특히 그가 추종하는 생산 알고리즘을 읽어보면 더 그렇다. 서로의 일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만드는 '동지애'는 위험하고, 그들이 따라야 할 유일한 규칙은 '물리 법칙' 뿐이라는 사실. 이는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채 자기주장을 거듭 반복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행동적 특징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일론 머스크의 동료 중 가장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귄 숏웰의 태도는 일론 머스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귄 숏웰 또한 아스퍼거 증후군 남편을 통해, 머스크를 대할 때 도움이 통찰력을 얻었다. 


“일론은 멍청이가 아니지만 가끔은 아주 멍청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말한다. “그는 자신이 하는 말이 상대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는 그저 임무를 완수하고 싶을 뿐인 거죠.” 그녀는 그를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로 인해 다치는 이들을 위로하고 달래려고 할 뿐이다. P149


한마디로 그는 인간적이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나 반대의 영역에서 과학이고 논리적 사고에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고집이 세기는 하지만 적절한 증거만 제시하면 이에 납득한다. 게다가 자신의 실수에 대해 주저 않고 인정하기도 한다. 틀리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되고, 이후 옳은 답을 찾아가면 된다. 여기에 주관적 감정은 개입하지 않는다. 오로지 객관적 사실만 중요하다. 


머스크는 과도한 자동화에 대한 책임을 졌다. 그는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습니다." 그는 트위터에 올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 실수입니다 인간을 과소평가했습니다." P336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전기자동차와 상업용 우주비행, 재사용 가능한 로켓의 시대로 이끈 혁신가부터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무모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 사람을 기계처럼 취급하는 냉혈한.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은 들었다. 만약 그가 안정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여전히 비슷한 모습을 보였을까?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니라 환경적으로 불행한 요인이, 깨지기 쉬운 그에게 트라우마를 선사한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 아스퍼거 증후군은 부수적인 요인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대단히 복잡한 존재이고 동일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으니까. 나 또한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프레임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을수록 프레임 자체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목적 달성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일론 머스크의 특징은 아스퍼거 증후군보다는, 승리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토스테스테론과 도파민이 반복적으로 분비되고, 그 영향으로 성취 지향적 성향이 강화된다는 "승자의 뇌" 논리로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의장인 제프 베조스가 일론 머스크와 비슷하다는 부분도 권력과 승리를 쟁취한 자로서 "승자의 뇌"를 떠올리게 한다. 


베조스와 머스크는 몇 가지 면에서 서로 닮았다. 두 사람 모두 열정과 혁신, 의지력으로 업계를 뒤흔들었다.
두 사람 모두 직원들을 퉁명스럽게 대했고, 주저 없이 멍청한 짓거리라고 힐책했으며, 의심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에게 분노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미래를 구상하는 데 집중했다. P422  


그가 자란 환경의 영향이든 성취에 대한 반복적 경험이든, 내가 알지 못한 또 다른 요소든 결국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을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비슷한 이유로 일론 머스크의 아내인 그라임스의 말은 슬프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녀는 말한다. “그는 주변의 분위기를 읽는 데 능숙하지 않습니다. 그의 감정 이해력은 보통 사람과 매우 다릅니다.” 사람들이 그를 판단할 때 그의 심리적 구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그녀는 주장한다. “누군가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앓는 경우 우리는 측은히 여깁니다. 하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저 ‘개자식’으로 치부해 버리고 말죠.” P370


아스퍼거 증후군이든 아니든 아무 상관없이, 일론 머스크의 삶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사실 불행하다. 하지만 나는 불안할 정도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그의 삶이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그는 자신의 사명에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던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것을 기대합니다." 휴스는 말한다. "여기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더 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게 되는데, 그 역시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도구가 낡으면 그가 기꺼이 도구를 교체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기 마련입니다."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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