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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Sep 06. 2024

무너짐, 분노에 대하여

만 여덟 살 아이의 가을(2024.09-2024.11)




부모-아동 상호작용치료(PCIT)를 들으며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때리거나 밀지 않기, 화났을 때 소리 지르지 않기, 엄마한테 나쁜 말 하지 않기. 가정에서 지켜야 할 세 가지 규칙을 정했다. 규칙을 어기면 바로 생각 의자로 가서 앉아야 했다. 타임 아웃은 3분 5초. 가정 규칙 외, 아이에게 지시를 할 때도 PCIT에서 배운 패턴을 활용했다. 아이에게 지시를 한 후 5초 뒤, 아이가 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1차 경고를 하고, 다시 5초 뒤 2차 경고에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었다. 타임 아웃을 하지 않으면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그 무엇이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뭔가를 하려면 3분 5초의 타임아웃을 완료해야 했다.


요 며칠 이런 방식이 통하는 것 같았다. "엄마 말을 듣지 않으면 너는 생각 의자에 가야 해.", "엄마 말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네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어." 그다음에도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엄마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너는 아무것도 못해.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생각 의자에 앉아야 해"라고 말하며 아이가 타임 아웃을 완료할 때까지 기다렸다.


아이는 경고를 동반하지 않는 지시에는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생각 의자에 가야 해"라는 경고에는 대부분 따랐다. 다만 지시를 할 때마다 타임 아웃 경고를 하는 건 힘들어서 최대한 횟수를 조절했다. PCIT 선생님도 타임 아웃 경고는 하루에 세 번, 많아도 다섯 번은 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오늘 아이를 두고 저녁 한 시간 만에 타임 아웃을 다섯 번을 했다. 어쩌면 여섯 번인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내게 소리를 질러서 두어 번, 나에게 나쁜 말을 해서 또 두어 번, 내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또 두어 번. 정확한 횟수는 모르겠다. 나는 화를 돋우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타임 아웃의 횟수를 늘려 갔다. 타임 아웃이 끝난 지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다시 타임 아웃을 하기도 했다. 아이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고, 나는 아이에게 생각 의자에 앉으라고 말했다. 아이는 생각 의자에 가면서도 "바보, 멍청이, 똥개"와 비슷한 말을 내뱉었다. 가장 마지막은 물론 "죽어버려"였다. 타임 아웃 중에는, 아이가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한다면, 아이가 하는 말을 모두 무시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는 너 때문에 불행해. 너 때문에 행복하지 않아." 아이가 두 발로 벽을 찼다.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3분 5초, 아이는 타임 아웃을 완료했지만 내 분이 풀리지 않았다. 나는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방에 누웠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돌연 일어나 서재로 가서 스프링으로 제본한 프린트를 덥석 들어 올렸다. 이면지로 활용할 생각에 책장에 보관했던 프린트였다. 나는 종이를 찢기 시작했다. 내 손이 거칠어지더니 종이를 찢을 때마다 소리가 났다. 사실 종이 찢는 소리가 아니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종이 뭉치를 거칠게 다루는 소리였다. 아이가 뛰어와 고함을 쳤다. 울기 시작했다.


"엄마! 그만해! 이제 그만하라고!"


내 분노가 나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나는 폭발했다.


"정서적인 부분에서 스트레스 수치가 내려가질 않네요. 어머니가 상담을 받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PCIT 수업을 마무리하며 선생님이 했던 말이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될 것 같다. 너도 위험하고 나도 위험하다.


개인 상담을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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