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지혜 Apr 13. 2024

호텔과 에어비앤비 사이, 손더(Sonder)

호텔은 좁아서 답답하고 
에어비앤비는 어떤 호스트를 만날지 걱정된다면?

객실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딸아이가 물었다.


"여기 얼마였어?"


널찍한 거실을 보고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친구를 데리고 가는 바람에 먼저 예약했던 호텔을 취소하고 뒤늦게 예약한 숙소가 혹시 너무 비싼 곳은 아닌지. 이렇게 넓은 객실은 본 적이 없으니 그럴 만했다. 더구나 이번 여행은 대학생인 우리 아이가 일 때문에 가는 거라 호텔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조금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캐나다 달러로) 2박에 $350라고 말해주었다. 한화로 35만 원 정도. 청소비라든지, 별도의 비용은 없었다. 아직 비수기였지만 부활절연휴 가격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아파트형 호텔 체인인 '손더(Sonder)'는 201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에 자리를 잡은 기업이다. 프란시스 데이빗슨이라는 매길대 학생이 여름방학에 비는 학생들 아파트를 재임대(sublet)로 빌려주고 관리하던 것이 이제는 지난해 매출 6억 3백만 달러짜리 나스닥 상장회사가 되었다. 에어비앤비와 경쟁관계이면서도 에어비앤비의 가장 큰 호스트이기도 하다. 손더 공식 홈페이지는 물론, 호텔닷컴이나 아고다 같은 OTT 사이트에서도 예약할 수 있다. 단, 예약을 확정 지으려면 손더 홈페이지에서 본인확인을 하고 회원등록을 해야 한다. 에어비앤비와 호텔의 장점을 갖겠다는 손더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유럽의 10개국 45개 도시에서 영업 중이다. 그중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 있는 '손더 리도(Sonder Rideau)'를 가보았다.

평범한 사무실 건물 같은 외관

숙소로 가는 방법, 주차 안내, 그리고 비밀번호가 체크인 3일 전에 이메일로 왔다. 추가 요금 없이 체크인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4시로 좀 늦은 편이었지만 락커가 있어 불편하진 않았다. 다만 체크인 시간을 묻는 이메일이 오는데 여기에 미리 답을 해주어야 한다. 체크아웃도 마찬가지, 모든 것은 이메일과 앱으로 이루어졌다. (나중에 손더에서 이번 예약에 관해 몇 건에 이메일을 받았는지 세어보았더니 회원가입부터 리뷰 요청까지 무려 9개였다, 예약했던 호텔닷컴에서 오는 이메일은 별도로) 로비에는 리셉션 데스크라고 할 만한 것도 아주 작고 한두 명의 직원이 종종 보일 뿐이었다. 



객실 어디에도 전화는 없었다. 누구나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시대니까 당연하달까, 24시간 연결되는 전화번호와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힌 종이만 놓여있을 뿐이었다. 나는 첫 손더 시설을 경험하면서 대체로 만족했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든다면 전망이었다. 웬만한 호텔이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옆건물 뷰'였다. 너무 가까워서 낮에도 얇은 커튼을 쳐서 가려야 했다. 주변 호텔들에 비해 두세 블록 중심지에서 떨어져 있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뒷골목 풍경은 여행경험으로서는 낯설었다. 가격차이라고 생각하면, 물론 감수할 수 있었다.


깨끗하고 정돈된 버전의 내 집같은 느낌의 인테리어

'A better way to stay'라는 모토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손더는 호텔보다 좋은 점이 많이 있다. 아파트 건물이므로 대부분 부엌이 갖춰져 있고 전체적인 공간도 훨씬 넓다. 그리고 에어비앤비가 어떤 호스트를 만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데 비해 손더는 큰 회사가 관리하므로 체계적이고 안정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하다. 여섯 자리나 되는 비밀번호를 건물에 들어갈 때, 엘리베이터를 탈 때, 그리고 방에 들어갈 때 입력해야 하는 귀찮음만 참아낸다면 충분히 에어비앤비나 호텔을 대체할만했다.


누가 손더를 다시 이용하겠냐고 묻는다면? 2박 이상의 여유 있는 일정이라면 선호할 것 같다. 특히 자동차여행이라면. (실제로 손더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장기숙박에 할인을 해주는 시설들이 있다) 아직은 북미 지역과 유럽에 주로 있어서 아시아권에서는 생소할 수 있지만 점점 여행지 선택이 다양해지고 여유 있는 일정을 선호하는 추세로 보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눈 내리는 4월, 몬트리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