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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지혜 May 15. 2024

오타와 중심을 흐르는 리도 운하

캐나다 수도 이야기 5

오타와처럼 아담한 규모의 여행지에서는 숙소를 정하는데 딱히 고민할 필요가 없다. 팔러먼트 힐이나 바이워드 마켓 근처면 걸어서 웬만한 관광지는 다 볼 수 있고, 또 중간중간 쉬어갈 곳도 많다. 팔러먼트 힐을 지나 샤토 로리에 호텔로 길을 건너려는데 어디서 본듯한 인물의 동상이 있었다. 바로 캐나다의 7대 총리, 윌프리드 로리에 (Henri Charles Wilfrid Laurier)였다.

1896년부터 1911년 총리직을 지낸 윌프리드 로리에

이 사람에게는 두 가지 중요한 기록이 있는데, 하나는 캐나다 최초의 프랑스계 총리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5년 동안 집권했는데 연속 재임기간으로서는 가장 긴 기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몬트리올의 영어학교인 매길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해서 변호사가 됐던 사람으로, 당시로서는 드물게 영국과 프랑스 문화에 모두 익숙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프랑스계와 영국계의 화합을 이끌어내는데 공헌했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지금도 5달러 지폐의 인물로 남아 있다.


그의 이름을 딴 샤토 로리에 호텔과 캐나다 국회의사당이 있는 팔러먼트 힐 사이에는 리도 운하가 오타와강을 만난다. 이곳에서 여름에는 유람선을 띄우고, 겨울에는 얼어붙은 운하를 따라 7.8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스케이트장이 열린다. '리도'라는 이름 때문에 혹시 파리의 Lido 쇼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리도는 '커튼'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Rideau다. 오타와 강에 합류하는 리도 강의 리도 폭포가 마치 커튼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그 이름을 붙인 사람은 무려 1608년에 퀘벡으로 온 프랑스의 탐험가 사뮤엘 드 샹플렝이라고 한다.

팔러먼트 힐에서 리도 운하를 건너, 샤토 로리에 호텔을 지나면 바이워드 마켓이 나온다. 마켓이라고는 하지만 전통적인 시장은 아니고 쇼핑거리에 가깝다. 날씨가 좋으면 거리 공연을 하는 가수들도 있어서 활기가 넘친다. 한쪽에는 쇼핑몰이 있고, 작은 펍과 레스토랑, 그리고 액세서리와 먹을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몰려있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비버 테일 (BeaverTails, 퀘벡주에서는 Queue de Castor)을 팔고 있는 가게였다. 납작한 도넛에 설탕, 초콜릿, 마시멜로, 등등 여러 가지 토핑을 얹어서 파는, 그야말로 칼로리가 폭발하는 간식이다.

그런데 바이워드 마켓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따로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다녀간 걸로 유명해진 물랭 드 프로방스다. 바이워드 마켓 한가운데에 꼭 오타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처럼 자리 잡았다. 파리의 물랭 루즈가 '빨간 풍차'인 것처럼 물랭 드 프로방스는 말하자면 '프로방스 지방의 물레방아'인 셈이다. 평범한 프랑스풍 빵집이 졸지에 오타와 기념품 가게처럼 돼버렸다. 아무리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지만 이웃나라 대통령 한 번 방문한 걸로 15년째 써먹고 있으니 참 대단하다. 쿠키가 귀여웠는데 너무 달 것 같아서 사지는 못하고 사진만 찍어두었다.

오바마 대통령 사진이 걸려있는 물랭 드 프로방스
오바마 대통령이 사갔다는 '오바마 쿠키'

그러면 오타와에서 가장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이곳 '바이워드(Byward)'의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오타와의 전신인 바이타운(Bytown)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영국 공병대 중령이었던 존 바이 (John By)가 그 주인공이다. 오타와와 킹스턴을 잇는 202km에 달하는 리도 운하는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운하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이 리도 운하 건설작업을 감독하고, 공사에 참여한 6천 명의 인부들을 위해 마을을 세운 사람이 바로 존 바이 중령이다. 리도 운하는 공학적인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너무 많은 지출을 한 탓에 존 바이는 본국으로 송환돼서 조사를 받았다. 혐의는 벗었지만 그의 명성은 금이 가고 공헌은 인정받지 못한 채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 운하는 오타와의 영역을 남쪽으로 확대시켜 주었고, 그 물길을 따라 주변 지역이 발전을 가져왔다. 

Aberdeen Pavilion
TD Place

하지만 운하의 원래의 목적은 다른데 있었다. 1812년에서 1814년, 캐나다를 놓고 미국과 전쟁을 치렀던 영국은 세인트 로렌스 강이 느리고 몬트리올은 너무 멀어 군수 물자를 공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교전은 끝났지만 미국의 잠재적인 위협에 대비해 캐터라퀴 강과 리도 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행히 원래 목적인 군사용으로는 쓰이지 않았고, 리도 운하는 오타와 주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오타와를 찾는 여행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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