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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오잡 Apr 22. 2024

다시 태어난다면,

오백년쯤 전에

최근에 웹소설을 좀 읽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읽는 것으로 현실도피를 잠시 했다. 


이 작품 저 작품 읽다보면, 남성향과 여성향 작품의 지향점이 분명해지고 이거 읽었던 건가 아닌가 헷갈리기도 하다가 혹시 어딘가에 웹소설 쓰기 전문 공식 같은 게 있는 건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암튼 뭐 도망가기엔 적당히 만족스러웠다. 


애정하는 장르는 로맨스/시대/판타지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사극류(?)작품에서 볼 수 있는 요상스러운 의태어들이 재미있고, 판타지 특유의 모든 것을 다 가진 슈퍼 히어로들 같은 등장인물들이 귀엽다. 웃기지만 묘하게 자극적인 존댓말 대사들도 좋아한다. 


아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오백년쯤 전으로 돌아가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적당히 명망있는 양반가 대감님이 인생 마지막 불타는 욕정으로 머리도 안 올린 어린 기생을 덮쳐 생긴 막내 아들 정도. 대단히 똑똑하지도 대단히 멍청하지도 않은, 주인공이 되기엔 능력과 배경이 많이 모자라지만 대충 조연급으로 이야깃거리는 가진. 대감 마님이 나를 좀 싫어하고 어미가 툭하면 눈물바람이지만, 내가 몸 좀 사리며 어머님들을 자주 마주치지 않도록 피해다니면 될 일이다. 서자 출신이라 호부호형은 못하지만 대감이야 늘상 궐에 있으니 마주칠 일도 없거니와 나이 차 많은 형님이 실은 어미 된 어린 기생을 어려서부터 맘에 두었던 터라 사는 모양새가 그리 나쁘지는 않고, 떵떵거리고는 못 살겠지만 타고난 성정이 그리 모질지는 않아 저잣거리 나가서도 어디서 무시는 안당하는 그런 애매한 인생. 생겨먹은 허우대가 제법 멀쩡하여 동네 처자 한 둘쯤 나한테 빠지는 것도 좋겠지, 그래도 남의 집 귀한 따님을 데려와 뒷방 설움을 나눌 순 없으니 혼인은 안될 말이다. 태생이 이러하니 관직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내 그저 시나 읊고 글이나 쓰련다 하면서 별 하는 일 없이 밥이나 축내며 놀고 자빠져 평생을 글줄이나 읽어대며 무기력해도 되는 그런 사람으로....


강력하게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인생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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