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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오잡 Oct 31. 2024

할 말

너에게 또는 나에게

좋은 패를 하나 갖고 있는데, 그걸 냅다 집어 던지는 모양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쨌든 전화를 했다. 너 그러는 거 괜찮은 거냐고 물었더니, 꽤 격한 감정을 담은 대답이 돌아왔다. 듣자하니 주변에 모든 사람이 나처럼...아이고, 미안해라. 거친 마디가 오고 가고, 본질적이고도 철학적인 주제로 들어갔다. 


도대체 왜 사나 싶다고.


세상 것들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먹는 것 못 먹는 것, 맛 있는 것 맛 없는 것, 좋아하는 것 안 좋아하는 것, 예쁜 것 안 예쁜 것, 귀찮은 것 안 귀찮은 것, 그리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 내가 바꿀 수 없는 것


개인의 의견이나 취향과는 달리,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인정해 줘야 한다. 밥 먹는 거 귀찮다고 안 먹을 순 없고 똥 싸는 거 더럽다고 안 쌀 수 없는 거니까. 그러니까 삶도 그런 것이다. 좋든 싫든 죽기 전까지는 나에게 주어진 삶을 할 수 없이 살아야 하는 것이고 여기에 대해 나는 왜 사나 백년을 생각해본들 별 게 없다. 진짜로 원초적으로 삶이란 것에 부여된 의미나 이유 따윈 없다. 그냥 태어났기 때문에 그냥 사는 거. 


다들 살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원래 사는 게 그렇다. 뭐 하려면 하나도 쉬운 게 없고 사람들은 고약하고 세상은 늘 치열하고 거칠거든. 인생에는 때때로 현명하지 못한 시기도 있는 것이다. 남이야 내 걱정을 하건 말건, 나 살고 싶은 대로 살겠다!라는 태도가 몹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왕 마음 먹었다면 좀 단단해지는 게 스스로에게도 주위에게도 좋다. 남은 인생 남들 의견대로 살 것이 아니라면, 듣고 나서 담지 않는 것도 자꾸 해봐야 는다. 


왜 사나 싶어도 사는 건 그냥 살아지고 쓸모는 적어져도 나이는 늘어난다.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되고, 초긍정으로 꽉 채워 대단할 필요도 없다. 내 인생의 방향이나 목표, 이유 따위를 내가 결정하는 데, 잘 한 결정 잘 못한 결정 따위는 없다.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가 있을 뿐. 그저, 내 인생에 내 결정에 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신있는 자세만 있으면 또 어떻게든 된다. 아직 안 살아봐서 모르는 거니까, 행복하냐 불행하냐를 미리 가늠할 이유도 없다. 혈육이 내 결정을 반대한들 뭐, 오늘이 지구의 마지막 날은 아니고 가만히 있어도 내일은 또 오니까 대충 무시하고 가라. 멋지게.


다 쓰고 보니 니 쪼대로 살아라는 말을 너무 길게 함. 오늘도 꼰대력 10포인트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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