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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태석 Apr 13. 2021

아빠도 카시트는 처음이라서

알콩이 탄생 6일째

  병원 신생아실. 

의사 회진 시간과 알콩이가 씻는 시간을 제외하면 언제든지 가서 알콩이를 볼 수 있다. 유리창 너머로만 볼 수 있는 알콩이. 그래서인지 볼 때마다 귀여우면서 안타까움도 함께 했다. 일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모자동실 시간이 따로 존재해서 직접 안아보고 수유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그것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 19가 우리 생활에 참 여러모로 많은 불편함을 가져다주었다는 사실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렇게 창문 너머로만 볼 수 있었던 알콩이와 드디어 만날 수 있는 날이 되었다. 짝꿍이 몸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퇴원하는 날이 된 것이다. 오전에 수납을 마치고 짝꿍이 알콩이를 데리러 간 사이에 나는 짐을 챙겨 차에 가져다 놓고 차를 병원 앞으로 가져왔다. 바구니 카시트를 가지고 짝꿍과 알콩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미 퇴원 교육과 인수인계가 끝났는지 신생아실 옆 휴게실에서 알콩이를 안고 있는 짝꿍을 찾을 수 있었다.


  짝꿍은 매우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처음 알콩이를 안아 본 감격보다는 이 조그마한 아이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을 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결국 우리는 한동안 어찌할지 몰라 허둥대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가 그대로 알콩이를 안고 차로 향했다. 차에 도착해서 카시트를 먼저 놓고 알콩이를 카시트에 눕히기로 했다. 그래서 짝꿍이 카시트에 속싸개를 끼우는 동안 내가 알콩이를 안게 되었다.


  조그맣다. 얼굴도 조그맣지만 손발은 더 조그마한 알콩이. 조금만 힘을 주면 부서질까, 힘을 안 주면 손에서 빠질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애써 숨기면서 알콩이를 안고 있었다. 신기했다. 내 아이라니. 우리 알콩이라니. 이렇게 조그맣고 귀여운 아이가 어떻게 우리 곁으로 왔을까.


  그렇게 감상에 빠진 사이에 카시트에 속싸개를 끼우고, 이제 알콩이를 바구니 카시트에 눕히고 안전벨트를 채웠다. 그리고 차의 안전벨트로 바구니를 단단히 고정했다. 알콩이의 자세가 약간 어색해 보였다. 나중에 산후조리원에 도착하고 보니 목이 살짝 꺾여 있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탈 없이 차를 타고 이동해준 알콩이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미안. 아빠도 알콩이가 처음이라서. 카시트가 처음이라서. 다음엔 더 편안하게 모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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