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이 탄생 22일 째.
알콩이가 태어나서 병원과 조리원을 거쳐 집으로 왔다. 보통 이때까지 대부분 조리원에서 편하게 쉬는 산모와 아이와는 달리 우리 가족은 조금 더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조리원에 며칠 있다 보니 알콩이의 배꼽이 떨어질 때가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탯줄이 끊어지고 알콩이에게 배꼽이 남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언가 조금 이상하다. 조리원에서 말하길 제대 탈락시 탯줄이 조금 떨어지다가 남은 것 같다고 하신다. 신생아 배꼽 육아종 같다며 병원에 가야 한단다. 병원에서 아이를 데리고 조리원에 오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 조그마한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녀와야 한다니!
조리원에서 외출용 가방을 챙겨 주셨다. 여벌 배냇저고리와 여러 장의 손수건, 분유가 담긴 젖병과 보온병에 담긴 분유를 탈 온수, 기저귀 등등. 당연히 우리 부부는 챙겨본 적이 없으니 도와주신 것이다. 다시 불편한 바구니 카시트에 알콩이를 태우고 알콩이가 태어난 병원의 소아과로 향했다.
소아과에 도착하여 접수를 하는데 배꼽 육아종은 외과에서 진료를 하신다고 외과쪽으로 접수를 해주고 가라고 한다. 외과에 와봤는데 신생아 전문은 아니라 조금은 걱정이 들었다. 예약이 아닌 당일 진료라 한참을 기다려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아직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터라 그냥 'xxx 아기' 이렇게 불리게 된 알콩이는 그렇게 첫 병원 진료를 받게 되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의사 선생님이 핀셋으로 배꼽을 이리저리 보시더니 일단 육아종을 실로 묶었다. 피가 통하지 않으면 조직이 괴사해 자동으로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배꼽 안쪽으로 진물이 나온다며 면봉에 약물을 묻혀서 진물이 나는 곳을 발라 주신다. 소독까지 하고 통풍이 되는 밴드를 붙여 주니 끝. 그리고 이틀 후에 경과를 보자고 하셨다.
이틀 후. 다시 병원에 갔다. 조리원에서 제대로 쉬지 못한 짝꿍은 다소 피곤해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처음 병원에 갈 땐 얌전했던 알콩이마저 가는 길에 배고프다며 울어 당황을 해야 했다. 병원에 도착해 일단 수유실에서 맘마를 먹이고서야 진료를 받았다. 실로 묶었던 육아종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신기했다. 너무 신생아라서 아프면 어쩌나 했는데 그러진 않았다. 대신 소독과 약물을 바르는 과정에서 알콩이가 운다. 간신히 달래서 차에 태우고 조리원으로 돌아오는데. 이번엔 기저귀를 갈아달라며 울기 시작했다. 또다시 당황한 우리 부부는 간신히 가는 길에 어느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가 잠시 차를 세우고 기저귀를 갈아준 후 다시 출발해야만 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병원에 가다보니 마지막 진료는 조리원에서 2주를 보낸 다음 날이었다. 처음으로 우리끼리 조리원의 도움 없이 외출용 가방을 챙겨야 했다. 젖병에 분유를 미리 넣지 않고 스틱형 분유를 챙겼다. 기저귀와 분유는 충분히 챙기는 것이 좋다. 아이가 분유를 한 번에 많이 먹지 않을 경우, 끊어 먹다 보면 젖병이 모자랄 수 있으니 여유있게 챙겨가도록 하자.
드디어 완치 판정을 받고 기뻐한 것도 잠시, 사흘 정도가 지난 후, 회사에 있는데 연락이 왔다. 알콩이 배꼽에서 피가 났다는 것이다. 놀라서 급히 조퇴해 아이와 함께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사선생님은 낫고 있는 과정이라며 피가 굳은 피딱지를 제거해 주셨다. 안에 조금 남아 있던 혈관들이 괴멸되는 과정에서 피가 조금 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또 한 번의 병원 진료가 끝나고,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배꼽엔 큰 이상이 없다.
대부분의 부부들은 아이의 첫 예방 접종시에 첫 외출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알콩이는 이미 여러 번의 병원 진료를 마쳤다. 속상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도 크게 아픈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예방 접종을 하러 갈 즈음에는 숙달된 부모와 함께 알콩이도 조금은 의젓하게(?)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그럴 리는 없을 것 같다. 아이나 어른이나 주사는 아픈 법이니 말이다.
그렇게 부부는 스파르타형 병원 외출 훈련을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