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이 6주 차
조리원에서 나와서 무사히 BCG 접종과 B형 간염 접종을 마치고 40일이 넘어 6주 차에 들어선 알콩이. 최근 우리 부부의 최대 관심사는 알콩이의 밥과 잠이다.
알콩이는 지금 모유와 분유를 섞어 먹고 있다. 모유의 장점은 소화가 잘 돼서 게우거나 토할 가능성이 적은 대신에 수유를 자주 해야 한다는 점. 반대로 분유는 수유 텀을 길게 가져갈 수 있고, 밤에 내가 짝꿍 대신 알콩이를 보는 데 큰 지장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화가 잘 안되고 반드시 트림을 시켜야 하며, 소화가 더 잘 되고 덜 게우는 분유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 숙제로 남는다.
다행히 알콩이는 잘 먹는다. 일반적으로 아기가 하루 1000mL 이상을 먹으면 소아 비만이 되거나 소화 기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그 이하로 유지하라고 하는데 알콩이는 거의 그쯤 먹는다. 사실 가끔 더 먹는 날도 없잖아 있다. 그래도 지금은 우리 부부가 노하우가 생겨서 알콩이가 운다고 밥을 주지는 않고, 조금 달래도 보고 이런저런 상황을 살핀 후에 배고프다고 판단이 되면 밥을 먹인다. 3시간 텀이 좋다는데 이 아이는 거의 2시간 텀으로 먹고 있다.
먹는 건 잘 먹는다. 문제는 잠. 조리원에서 나온 날부터 알콩이는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는 기이한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과 조리원에서는 없었던 패턴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빠인 내가 신생아일 때 정확하게 21일 차부터 밤낮이 바뀌어 거의 100일까지 밤낮이 바뀌었다고 한다. 왠지 나 때문인 것만 같아 짝꿍에게 미안하기 이를 데가 없다. 주중에 출근을 해야 하는지라 평일 육아는 거의 짝꿍이 도맡아 해야 하는데 아이가 밤새 잠을 안 자니 짝꿍은 거의 잠을 못 잔다. 낮에 알콩이가 잘 때 같이 자라는데, 불가능하다. 내가 아무리 아침저녁으로 집안일을 한다 해도 낮에 해야 할 집안일은 널리고 널렸다.
낮에는 밥 먹고 트림하는 시간 외에는 풀 잠을 자는 알콩이는 뱀파이어처럼 해가 지면 본격적으로 잠에서 깨어 움직인다. 바깥을 보고 낮과 밤을 판단하는 거은 아닐 텐데 신기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다가 새벽 3, 4시가 되어야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30일이 조금 지나서부터는 3, 4시에 잠이 들 무렵 잠투정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와 아빠 둘 중 누가 안아도 운다. 누가 안아도 운다. 방금 분유를 먹였는데 돌아서면 운다. 그냥 칭얼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아파트가 떠나가라 자지러지게 운다. 기저귀를 확인해도 이상이 없다. 공갈젖꼭지가 좋다고 해서 사서 물려봤지만 1초 컷을 당한다. 결국 15분 정도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든다.
잠이 들면 알콩이를 내려놓는다. 그럼 기이하면서도 탁월한 알콩씨의 등 센서가 발휘되며 다시 울기 시작한다. 그러면 다시 15분을 울고 나서야 잠이 든다. 학습 효과에 의해 이번에는 2, 30분 정도 안고 있다가 확실히 잠이 들었다고 생각이 되면 살며시 알콩이를 다시 내려놓아 본다. 안 울고 잘 잔다.라고 생각하고 10분이 지나면 다시 운다. 그럼 앞의 패턴을 반복한다. 그렇게 2시간 동안 알콩이를 달랜 적도 있다. 그러고 나서 씻고 옷만 입고 출근한 적도 있다.
6주 차에 접어들면서 주말에 알콩이가 낮에 조금씩 놀기 시작했다. 분유량도 조금 늘려서 먹여 보았다. 그랬더니 수유 텀이 2시간 30분 정도로 늘었다. (그러나 2시간 만에 먹을 때도 있다.) 그리고 새벽 3, 4시가 되어서야 하던 잠투정이 조금씩 빨라지더니 어제는 11시에 잠투정을 하고 밤에 잘 자더라. 혹시 밤낮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걸까?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