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태석 Jul 15. 2021

The 100

알콩이 탄생 100일째

  미국 드라마 중에 <The 100>이라는 작품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원 헌드레드>로 알려져 있으며 7개의 시즌으로 이야기가 완결되었다. 멸망한 지구에서 탈출해 우주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류가 100명의 아이들을 지구상으로 다시 보내는 이야기인데, 주인공의 어머니는 의사이자 지도자 격인 의원의 한 사람이면서도 자신의 딸을 지구로 보낸다. 이 드라마를 볼 때는 알콩이가 태어나기 전이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과연 알콩이를 죽을 수도 있는 곳으로 보낼 수 있을까 싶다.


  드라마의 100은 100명의 아이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글에서 내가 나타내고자 하는 100은 100일을 의미한다. 그렇다. 알콩이가 드디어 태어난 지 100일이 된 것이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코로나 19 상황으로 인하여 출산 병원에서는 퇴원할 때까지 알콩이를 한 번 안아보지도 못했고, 조리원에서는 알콩이의 배꼽 육아종 때문에 몇 주를 병원을 다녔다. 집에 돌아와서는 밤낮이 바뀌어서 한참 고생을 하기도 했다. 누워서 잠이 들 때쯤 되서 2개월 예방접종을 하고 고열로 대학병원에 일주일 동안 입원해 있기도 했다.


  신생아에게 100일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먼저 삼신 할머니에게 상을 차려 감사를 표한다. 그동안 아이를 별 탈 없이 자라게 해주어 감사하다는 뜻이다. 백일 떡을 주변에 돌리기도 한다. 오랜만에 양가 어른들과 식사도 했다. 물론 코로나 19 때문에 주말 이틀에 걸쳐 100일 상을 두 번 차려야 했지만 말이다. 이제는 아무런 면역력도 없는 갓난쟁이가 아닌, 조금씩 면역력을 갖추어가는 아이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태어날 때 3.28kg이었던 알콩이는 벌써 7.2kg 가량의 볼탱탱이가 되었다. 이제는 트림을 시킬 때 한 손으로 안으면 15분 이상 안고 있기 힘들다. 허벅지와 팔은 몇 겹으로 접혀서 매번 틈새를 닦아주어야 하며 목도 늘상 씻겨주어야 한다. 덕분에 짝꿍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나도 퇴사 후 집에서 같이 육아를 하고 있는데, 이게 정말 체력이 엄청 소모된다. 그 동안 출근한 동안 혼자 알콩이를 보았던 짝꿍에게 박수를 보낸다.


  100일의 기적, 그리고 100일의 기절. 100일 즈음이 되면 아이의 분유량과 수면량도 점차 자리를 잡아간다. 1000mL 넘게 먹어 걱정이던 아이는 이제 150mL씩 6번 정도 먹는다. (가끔 5번 먹고 자는 날도 있음.) 그러다가 이번 주부터 100일 기념으로 160mL로 늘리기로 했다. 덕분에 수유 텀도 3시간에서 4시간 사이로 다소 늘었다. 그만큼 무한 젖병 세척과 소독에서 조금은 벗어난 느낌이랄까.


  여전히 누워서 잠이 드는 데는 애로사항이 많다. 그나마 처음엔 조금 누워서 자더니만,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후로는 절대 누워서 자려고 하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누워서 재워 보겠다며 알콩이를 20분 조금 안되게 울렸다가 결국 다시 안아서 재웠다. 다행히 그래도 한 번씩 통잠을 자거나, 새벽 2시쯤 한 번 깨서 분유를 먹으면 아침까지 잘 잔다. 이것도 아이가 100일이 되어서일까?


  100일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중요한 전환점인 것 같다. 그래서 100일을 기념하여 상도 차리고, 잔치도 하고 하는 것이리라. 무엇보다도 100일 동안 나와 짝꿍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 여전히 나는 나일 테지만, 이제는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첫 생일을 맞이할 쯤엔 또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 테지만, 일단은 오늘을 즐겨보련다. 즐거운 육아의 시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가 바꾼 응급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