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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산 Oct 31. 2023

심리상담 1주 차 후기

GOLDEN 성격유형검사


심리상담 전에 간단한 질문지랑 성격유형 검사를 하나 했다. GOLDEN 성격유형검사라는데 MBTI랑 거의 유사했고 결과도 똑같았다. ENTA-C(인데 ENTP랑 거의 똑같은...)라고 한다.


처음에 질문지에 대해 20분 정도 얘기하고, 나머지 30분은 성격유형검사 해설을 들었다. (이랬는데 7만 원 나옴. 극악무도함. 진심으로 이거 나라에서 지원해 줘야 됨.) 

질문지 얘기 할 때 큰맘 먹고 아빠에 대해서 간추려 말했는데(육성으로 처음 해본다... 근데 솔직하게 얘기 안 하기엔 돈이 너무 아까웠다... 난 정말 해결하고 싶어서 빨리 말하고 빨리 치료하고 싶었음을...) 그때 조금 울었다.

뭐 엄청 구구절절한 것도 아니고 경제 사정이 어렵고 아빠랑 따로 살고 그런데 그래서 그런가 아빠 관련한 이야기를 보거나 들으면 잠깐 슬퍼질 때가 있다고만 했다. 


상담사님께선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도 정신적으로 지치거나 힘들면 괴로운 일이 생각나는 게 당연한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내가 이걸 빨리 '해결'하고 싶다고 했더니 감정적인 문제는 그렇게 마음처럼 이성적으로 해치울 수가 없고 천천히 소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역시 전문가는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맞는 말 같았다. 그 말을 듣고 다음 상담 예약을 결심했다. 

돌이켜 보면 횡설수설했던 거 같은데 어떻게 찰떡같이 알아들으신 걸까.


남은 30분은 그냥 MBTI 해석을 들었는데... 성격 칭찬을 많이 들었다. (내가 혹시 결과를 허위로 입력했나 고민이 될 정도...) 사실 결과만 봤을 때는 왜 상담을 받으러 왔나 싶으셨다고 한다. 그러게요... 저도 평소에는 심리상담 같은 거 돈 아까워서 못 받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래의 저를 위해 받으러 왔습니다. 


난 외향적이고 사교적이지만 관계가 피상적이기보다는 깊고 자기반성도 잘하고

아이디어가 뛰어나지만 그게 마냥 허황되지도 않고

이성적이지만 이타적이고

즉흥적이지만 책임감은 뛰어나고

스트레스에도 안정적으로 대처한다고?!

이거 뭔 성인도 아니고... 하하!!!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와닿는 단점들도 있긴 했다

1. 전통적인 방식과 기준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2. 정확한 것을 선호하는 반면 비효율성, 오류, 쓸데없는 정보에 대해서는 귀찮아한다. 

3. 모든 것을 이론적인 체계로 설명하려고 해서 주변 사람을 짜증 나게 할 수 있다.

4. 새로운 관점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나 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들에 대해 좌절감을 느낀다.

정확했다...

정확하군...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뭐~ 어떤 면에서는 장점인 거지~ 뜯어고치려고 생각하진 말고 주의만 하자~


아무튼... 다음에는 좀 더 마음을 터놓고 얘기해야겠다. 매번 돈 나가는 것도 아깝고...

진짜 아깝다...

너무 아까워... 내가 제정신이기만 했어도(아니 분명 제정신 맞는데) 안 받았을 텐데...


하... 근데 말이다...~~ 왜 남이 나에 대해 칭찬해 줘도 그게 진짜 내가 맞을까 하는 개쓸데없는 의심이 드는 걸까?

진짜 '나'는 사춘기 시절의 나고... 지금은 가짜 같기만 하다... 이상하다...

우울증으로 오래 살다 보면 우울증이 회복되었을 때 나를 잃는 기분이 든다는데 크게 공감한다. 

나는 가끔 나로 살고 있는 기분이 안 든다~~ 물론 이런 기분이 매일 드는 건 아니지만... 흠...

그렇지만 지금이 또 좋긴 하고... 별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닌데...

가끔 과거의 내가 불쌍하다... 이게 참 꼴값인 거 아는데 왜 이럴까...


내가 한창 시 쓰는 거에 꽂혀서 시를 썼었는데(남아 있을지 모르겠네... 진짜 많이 썼는데...)

그때... 과거의 내가 불쌍해서 내가 나한테 자꾸 상처를 낸다는 내용을 쓴 적 있었다. 

왜냐하면 나한테 상처를 준 사람은 나한테 상처를 낸 줄도 모르고 다 잊었을 테니까...

내가 그 상처를 잊으면... 과거의 내가 상처를 입었다는 걸 기억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는 거다. 

그래서 나는 아빠를 미워했다는 걸 잊고 싶지가 않았었다. 근데 지금은... 많이 잊은 거 같다...

잊다 못해 잊으려고 심리상담까지 받으러 가고... 많이 컸네...

그게 성장이고 맞는 방향인 건 알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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